미국의 수도 워싱턴DC 교외지역인 버지니아주 패어팩스시의 한 수퍼마켓'자이언트'라는 이름의이 수퍼마켓은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최대의 수퍼마켓체인이다.이곳에 들어서면 첫인상은 '웬 물건이 이렇게도 많은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건의 종류만 많은것이 아니다. 한가지 물건을 구입하려다보면 상표 종류가 너무 다양해 어떤 것을 집어들어야 할지 혼란을 느낄 정도다.
미국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먹는 시리얼을 예로 들어보자. '자이언트'수퍼마켓의 시리얼을 파는코너는 아예 진열대의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포스트''켈로그''첵스' 등 많이 알려져있는 상표 외에도 '제너럴 밀''나비스코''토탈' 등 줄잡아 10여개 상표의 시리얼이 현란한 디자인의 상자에 담긴 채 소비자들의 시선을 끈다.
미국 시장의 특징은 바로 이 다양성에 있다. 다양성은 곧 경쟁을 의미한다. 이 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상품의 종류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하기때문에 우선 '잘 알려진 상표'를 집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국내업체는 마케팅에 약하다. 미국시장 진출 첫단계에서 우리업체들은 바로 이 마케팅 전략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히 뒤로 물러서고 만다.
미국에서 신규 업체가 시장진출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략은 리베이트, 할인 쿠폰, 무료 샘플 제공 등이다. 우리에겐 생소한 방식들이 아닐 수 없다.
O사(社) 제품인 칫솔의 경우 어린이용 칫솔 2개가 담긴 정가 5달러짜리 세트를 구입하면 2달러를 되돌려준다. 칫솔을 구입한 뒤 겉포장에 붙어있는 리베이트 신청용지에 주소 이름을 적고 칫솔을 산 가게에서 내준 영수증과 함께 우편으로 보내면 약4~5주일 후에 2달러가 리베이트로 되돌아온다.
제조회사로서는 리베이트로 되돌려주는 4~5주 기간 동안의 이자수입으로부터 판매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나 제조회사가 리베이트 제공으로 노리는 가장 큰 효과는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브랜드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다는 것이다.
쿠폰 제도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생활화돼있다. 각종 신문이나 잡지, 광고지에는 어김없이 바코드가 그려진 할인 쿠폰이 인쇄돼있다. 대부분 1달러 정도의 할인이거나 아니면 '두개를 사면 하나는 절반값'이라는 식의 할인조건이 붙어있다.
소비의 주체인 미국주부들은 온갖 쿠폰들을 일일이 오려모아 현금과 함께 늘 지갑 속에 담고 다닌다.
주부들은 단 1달러라도 할인을 받기 위해 다양한 상품 종류 속에서 쿠폰에 명시된 브랜드를 찾는 가운데 저도 모르게 그 브랜드를 깊이 기억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 신규진출하는 업체는 물론 기존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경우 할인 쿠폰제도가 활발히 이용된다.소비자들과 보다 직접 부딪치는 마케팅 전략은 샘플 제공 방법이다. '베티크로커'라는 신규 시리얼 진출 업체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를 구독하는 모든 가정에 대해 신문포장지에 한끼니 분 시리얼 한 상자를 담아 배포했다. 샘플에는 앞으로의 구입을 위해 할인 쿠폰을 동봉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같은 샘플 제공은 샴푸나 향수 등 상품에 대한 직접 경험이 필요한 상품의 경우에 널리이용된다.
제조업체들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이같은 전략을 위해 사전에 고도의 판매계획과 원가 및 비용산출, 광고효과에 대한 정밀한 가치평가 등을 실시함은 물론이다.
한국 업체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이같은 마케팅 기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무역협회의 통계를 보면 한국 브랜드가 왜 미국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는지를 한눈에 알수 있다.
96년 중 미국에 수출된 한국제품 10대 품목은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의류 △가전제품 △통신기기 △기계부품 △강판 △화물 컨테이너 △일반기계의 순이다.
그중 반도체, 기계부품, 강판 등은 컴퓨터나 기계류의 부품일 뿐 겉으로 상표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제품들이다. 완제품으로 수출되는 컴퓨터나 의류 등은 OEM방식이어서 역시 한국 브랜드와는거리가 멀다. 화물 컨테이너나 일반 기계류는 일반 소비자와는 별 관계가 없는 제품들이다.한국 브랜드를 갖고 판매되는 것은 자동차를 비롯, TV, VCR 등 일부 가전제품, 무선전화기와 같은 통신기기 등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산 자동차와 가전제품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싸구려'라는 기존의 인상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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