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경북대 도서관 신관 2층 열람실 588번. 오늘도 방유중씨(30)는 자신의 '지정열람석'에 앉는다. 방학이라 그런지 오전8시가 돼야 빈자리가 거의 채워진다. 88학번인 그는 10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다. 올해 4학년. 군대 갔다와서 고시 준비하느라 3년 보낸 것을 생각하면 그리 늦은 나이도 아니다.
방씨는 요즘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한번 낙방한 경험이 있으니 취업재수생인셈. 고시공부를 믿고 자만했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올해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남보다 먼저 준비했다고 자부했던 취업길에서 번번이 쓴 잔을 마셔 이젠 오히려 뒤처졌기 때문. 게다가 학생 신분으로 떳떳이 취직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하루에 그는 13~14시간 정도 공부한다. 대입시험을 칠 때도 이처럼 열심은 아니었다. 새벽공부를마친 뒤 오전엔 고시학원 수강, 오후부터 밤 11시까지 자리를 지킨다. 식사시간및 가끔씩 후배들과 나누는 자판기 커피 타임이 휴식시간 전부다. 그만큼 절박한 것.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도 그를 초조하게 한다. 이번 달엔 기름값이 올라 집주인에게 난방비를더 주고나니 쓸 돈이 바닥나 버렸다. 집에서 한달 45만원을 받아 방값, 식비를 빼고 10만원 남짓한 돈으로 한달 동안 버텼는데 이젠 그마저도 힘들게 됐다.
방씨가 준비하는 7급 국가행정직 모집 인원도 지난해 1백20명에서 80명으로 줄었다. 취업문은 좁아만 가는데 마음은 급하다. 9급 공채를 지원해 볼 만도 하나 그의 결심은 단호하다. 그동안 준비해 온 노력이 너무 아깝지 않느냐는 것.
다행히 그의 컨디션은 최고다. 술은 커녕 담배도 일절 삼간다. 아무리 IMF 한파가 거세도 열심히준비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요즘 그는 1분 1초가 아깝다. 쉬었다가 하자며 찾아오는 후배에게 "취직한 뒤에 쉬자"고 타이른다.
"아무리 해도 안된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러면 반드시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돼죠.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웃을 겁니다"도서관에 불이 꺼지고서야 계단을 내려가는 방씨는 하루를 반성한다. 좀더 집중해서, 좀더 시간을쪼개서 공부해야 하는데…. 자취방에서 그는 1~2시간 더 책과 씨름할 것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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