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상황이 우리들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중의하나로 세계의 찬사를 받아오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초래된 IMF 구제금융신청으로인해 국제적 수치를 당한 것이다. 정부, 기업, 가계등 각 경제주체는 이제 IMF와의합의내용에 따라 사회전반에 걸친 뼈아픈 구조조정작업을 진행해야만 한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IMF라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마취없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환자와도같은 신세다. 정부는 초긴축 예산을 운용해야 하고 기업은 감량경영, 인수.합병의파고를 넘어야 하며 가계는 실업, 소득감소에다 증세라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구제금융신청은 외형상으로는 지난해의 잇단 대기업 부도와 이로 인한 국제적 신뢰추락 및 단기차입 외화부족사태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 지난 94년부터 경상수지적자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96년도에는 이미 2백37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단가가 떨어지는등 교역환경은 급격히나빠졌으나 사치품 등에 대한 소비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또한 총외채중단기외채의 비중이 커져가는등 이미 외환위기의 징조가 있어왔다. 여기에다 아시아경제는 96년부터 엔화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지난해에는 태국,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가 발생하는등 급격히 추락하고 있었다. 결국 IMF사태는 경상수지의 악화등 국제경쟁력약화라는 내부적 요인과 전반적인 아시아경제의 위축이라는 외부적 요인이결합되어 초래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의 지도력 부재,기업의 환경변화에 안이한 대응, 그리고 국민의 이기주의에서 초래된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의 결과이다. 지난해 '노동법 파동'에서 나타난 당국의 조정능력 부족은정부무능의 단적인 예이다. 또한 대기업들은 그동안 상호출자와 상호지급보증에 의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국민경제를 담보로 하는 위험한 불장난을 해왔다.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이 유연하지 않으면 기업투자와 새로운 고용을 위축시켜 결국 자신들의권익에도 해롭다는 현실을 외면했다.
사회 각 부문에서는 지난 1987년 이른바 '6.29선언'이후 불어닥친 '민주화 열풍'을타고 각자의 이익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정부는 집단간, 계층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규범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어 결국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여 현재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가져왔다. 그야말로 사회전체의 톱니바퀴가 서로 어긋나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가 건전하게 유지되려면 사회구성원 각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도덕성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이른바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한 사회의 구성원간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의식, 도덕성을 일컫는다. 사회구성원들의 자발적 도덕심이나 신뢰가 없는민주주의니 시장경제체제는 빈 껍데기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수치스럽지만 IMF와의 합의내용은우리 스스로가 진작서둘러 시행했어야 할 과제들이었다. 영국도 지난 70년대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으며, 지난 94년 구제금융을 받은 멕시코도 국가적 위기를 잘극복했다. 닥쳐올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을때 돌아오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보다도 국민 각자가 도덕성을 회복하고 사회 전반에 신뢰의 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또한 정부도 강력한 지도력을바탕으로 법과 질서를 공정하게 운용하고 각 집단간의 갈등을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올해를 그 연호처럼 우리나라가 '세계의 호랑이'로 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진설〈안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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