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며칠 앞둔 1월22일 오후. 대구MBC 공제성PD는 안동에 사는 한 촌로의 뒤를 따라 나섰다.농사꾼 이대준씨(70)가 찾아간 곳은 안동시 풍천면 안동 권씨 집성촌. 예닐곱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앉은 방에 불쑥 찾아든 이씨는 품속의 두루마리를 꺼내 '상회곡'이라는 규방가사의 한 대목을읊조리기 시작했다.
"어젯밤 해동비가 춘색을 고동하야 먼산에 쌓인 눈은 밤사이 다 녹았네-"
귀기울이던 박찬향 할머니(65)도 문갑속에 고이 간직해둔 두루마리를 펼쳐 '꽃노래'로 화답한다."봄이로다 봄이로다 이때가 봄이로다 정원에 화발하고 잔디에 초록한데-"
이씨는 50년째 규방가사를 수집하고 있다. 규방가사란 영남지방의 부녀자들이 '가사'또는 '두루마리'란 이름으로 낭송해온 문학작품의 한 유형. 솟을대문 안에 꽁꽁 숨어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 가사를 찾기 위해 이씨는 경북 일대를 이잡듯 뒤졌고 그렇게 모인 가사가 1천5백여 수.어릴 때 들은 아낙네들의 한 맺힌 가사소리에 흠뻑 빠져버렸다는 이씨. 사라져가는 가사를 보존하기 위한 그의 집념을 몰라주는 자식 6남매로부터는 '가사를 수집하느라 가사(家事)를 내팽개친 아버지'라는 원망을 들어야 했다. 오히려 그의 업적을 인정하는 것은 학자들. 한국민속학회 임동권명예회장은 "학자들이야 문헌자료 몇개를 수집하는게 고작이지만 창(낭송)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이씨의 존재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1985년 이씨의 사랑방에 하룻밤을 묵으면서 그의 가치를 알게된 대구MBC 공제성 PD는 13년전의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 특집 다큐멘터리 '어와 세상사람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를 만들고 있다. 공PD는 "오는 23일 밤11시에 방송이 나가고 나면 이씨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신청하는 작업도아울러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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