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 치대 아록 OB회원

장애인 복지시설인 애망원 원아들에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구분은 가혹할정도로 뚜렷하다.

지난 95년까지만 해도 이들에게 '치과가기'는 분명 불가능한 일에 속했다. 치과치료용 의자에 제대로 뉘기도 힘들 정도로 불편한 몸,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를 발작때문이었다.불편한 손발로 양치질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이때문에 치과질환도 많이 생기지만 보통 아이들처럼 엄마손을 잡고 치과를 찾는 것이 이들에겐 차라리 사치였다.

지역 사회의 불우한 이들을 위해 무료 진료를 해온 경북대 치대 진료서클 '아록' OB회원들은 4년째 주말마다 애망원을 방문하고 있다.

김홍정 회장을 비롯한 15명의 회원들이 봉사를 시작한 동기는 의외로 소박하다.지난 92년 치과의사로 활동하는 서클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학창시절 무의촌을 돌며 봉사하던 시절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다 '다시한번 해보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 3년간 상동화성양로원, 가창 신일양로원에서 무료로 틀니를 마련해주는 봉사활동을 하다 애망원아들의어려운 사정을 듣고 장소를 옮겼다.

일단 시작한 일, 확실하게 하자는 생각에 진료용 의자와 기구를 구입하고 함께 일하는 간호사들까지 동원했지만 장애인 환자치료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사소통이 힘든 원아들의 몸부림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는 것은 기본. 치료과정에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간질환자는 요주의 대상이다. 목아래부터 발끝까지 망으로 감싸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2~3명의 간호사가 원아를 붙잡은 상태에서 진료를 마치면 한바탕공사를 치르는 듯한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건강하게 반짝이는 치아사이로 흘러내리는 원아들의 웃음소리는 '아록' OB회원들의고생스러움을 깨끗하게 씻어줄 정도로 넉넉하다.

"우리의 부족한 재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게 오히려 고마울 뿐입니다"'봉사'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부끄럽다며 겸손해하던 민경호 총무의 낮은 목소리였다.〈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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