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철30년 대도약(하)-지역 협력

취임 이틀째인 18일 오후 유상부 신임회장이 포항시청에 인사차 들렀다. 포철 총수의 시청 '나들이'는 지난 94년 김만제 회장에 이어 30년 사이의 두번째 '사건'. 유회장은 이날 박기환시장 등과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공무원 정모씨는 이를 두고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뭔가 찜찜하다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5년 전 취임 직후 다녀갔던 김전회장도 첫인사에서는'좋은 말'을 많이 했지만 이후 퇴임 때까지 다시는 포항시민 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포항과 포철. 포철은 포항시 역내에 있으면서도 항상 포항과는 분리 인식되는 '따로국밥'같은 존재로 머물러 왔다. 자신들만의 주택단지, 일반시민 자녀는 다닐 수 없는 단지내 학교, 심지어 먹는 물마저 '전용'이 구별돼 있다. 신분상의 차별은 아닐지라도 뚜렷한 선이 그어져 있었던 것은사실. 왜 그럴까? 왜 줄 것 다 주고 뺨 맞는 포철이 됐을까?

인구 6만의 한가한 어촌에서 포철 30년과 함께 51만의 주목받는 도시로 변한 포항. 이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에는 포철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포철 근무 20년의 중견간부 이모씨는 "포철이 아니었다면 포항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며 "포항 발전의 주역인 우리들을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했다. 반면 시의원 ㄱ씨는 "포항을 배경으로 오늘날 세계제일의 철강사로 발전한 포철이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동반자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포철의 고자세, 생각의 변화가 급선무"라고 반박했다. 공동체 의식 부재의 한 단면이다.그 해결을 위해 포철은 '지역협력팀'까지 구성, 시민들을 껴안으려 했지만 이마저 "마음 떠난 여인의 몸짓"이라는 비난거리가 되기도 했다. 포철은 또 회장·사장이 참석하던 정례 '지역협력위원회'도 부정기 간담회로 바꾸었다가 최근 슬그머니 없앴다. "포철은 성의만 보이면 된다는 정도에서 그치려 했고, 시민들도 포철에 일방적 부담만 강요했다"는게 시민단체 간부 박모씨의 진단.이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시민들의 '포철 본사기능 포항 이전 요구'다. 현재 법적 의미의 포철 본사는 포항에 있지만 역할상의 본사는 서울 포스코센터에 있다. 이로 인해 포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연간 수백억원대라는게 시민들의 주장. 요식업자 김모씨는 "사람이 모여야 돈이 되는데 모두가 서울에서 움직이다 보니 포항에는 껍데기밖에 더 있느냐"고 거품을 물었다.다행인 것은 지난해 보선에서 당선된 TJ가 본사기능 포항 이전을 약속했고, 신임 유회장도 취임첫날 "지역과 기업은 물과 고기 관계"라며 포철과 포항의 공동발전 방안 수립 의지를 표명했다.30년만의 약속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올해 포철 주총의 가장 큰 의미는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것. 그러나 유상부 회장을 TJ의 대리인으로 해석, 본질적 세대교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물의 교체'로 의미를 축소하는 시각도 많다. 포철 수요업체 김모사장은 "진정한 세대교체는 사연(私緣)으로 얽혀진 과거 인맥과의 고리를 끊는의식의 세대교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시급한 것이 이른바 '줄서기'의 차단. 시민들은 지난 대선 이후 포항시청 맞은편 TJ지구당 사무실 주변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권력에 몰려드는 해바라기들의 부작용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포철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걱정하는 직원들이 많다. ㅅ대리는 "사람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충성이 평가의 잣대가 될 때라야 포철에서 TJ사단이니, MJ사단이니 하는 말이 사라질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철은 국민기업이다. 지금 포철에 쏠린 모두의 눈길은 이번 기회에 포철이 국민기업의 진정한뜻을 되세워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포항· 朴靖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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