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개혁 용두사미 안되게

새정부 교육개혁 방향의 가닥이 잡혔다. 단계적으로 학생들에게는 입시고통을 완화시켜주고,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것을 우선목표로 설정한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또 기업에는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고, 사회에 협동하는 인재를 배출하며, 교직자의 명예와 교권을 보장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도 방향을 바로잡은 것이다.

우리의 교육현실을 떠올려볼 때 새정부의 교육지표인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교육', '지식.정보화 사회를 선도하는 교육',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교육'이라는 방향 설정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특히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대목은 우리 교육이 숙제로 안고 있던 사교육비 경감과 과열과외 등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주고 전인교육으로 가는 길트기란 점에서 주목된다.새정부는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개혁추진협의회, 사교육비 특별대책위원회 등을 설치.운영할 움직임도 보여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학부모들이 참여하게 되는 이 모임들은 과거와는 달리 '국민이함께 하는 교육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개혁은 또한 혁명적 개혁이나 깜짝쇼가 아니라 교육현장의 혼선을 최대한 줄이고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밀린 숙제들을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려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신뢰감을 갖게 한다. 특히 교육현장은 물론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가장 민감한 대학 입시제도에 있어현재 고교 1.2년생, 중학생, 초등학생을 각각 대상으로 한 단계적 개선안 마련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이며, 과외비 부담을 해마다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계획도 설득력이 있다.우리는 오랫동안 전인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실종을 안타까워 해왔다. 고교 교육은 영수학원이나학원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이번 교육개혁은 이 점에 있어서는 각별히 기대치를 높여준다. 수능시험을 계속 쉽게 출제하고, 국.영.수 중심의 본고사 부활을 억제하며, 독서를 많이 한 학생이 논술이나 면접에 유리하도록 하는 방향감각은 파행으로 치닫던 교육을 정상화로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나 그 구체적인 계획이 그것 자체로 흐지부지돼서는 안된다. 합리적인 길을향한 확신을 가지고 흔들림없이 밀고나가는 추진력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강력한 실천력과 연결되지 않은 정책은 세우나마나다. 새정부는 이해가 복잡미묘하게 얽힌 교육현장의 여론에 떠밀려다니며 '용두사미'격의 교육개혁을 해서는 안된다. 그간 우리 교육의 병폐와 숙제로 지적돼온 문제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의지와 강력한 실천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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