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영화제 화제작-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이번 98 대구영화축제에서 배용균감독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지난 95년 베니스영화제 '추월선' 선정과 프리브룩국제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하는등 작품에대한 인정을 얻었지만 상업적인 이해에 얽혀 전국적으로 배급되지 않았다.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은 지난 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후 6년만에 완성된배용균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제작과 연출등 모든 영화작업을 혼자서 하는 타협을 모르는배감독의 작가주의를 엿볼 수 있는 역작이다.

이야기는 해천이라는 마을을 찾은 낯선 중년남자가 하룻밤 동안 겪은 사건들로 이뤄져 있다. 어린 시절 입양돼 40년만에 고향을 찾아 돌아온 그의 이름은 알렉스 코프만. 어릴적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 무장 탈주범 때문에 계엄상태인 해천은 온통 불안과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그는 이곳이 자신의 고향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폐허같은 여관에서 밤을 보내기로한다.

'검으나…'은 한국전쟁직후부터 광주항쟁까지 특정한 시기를 가리키지 않으면서도 불안과혼돈에 가득찬 단절을 보여줌으로써 답답한 우리의 현대사를 은유하고 있다. 숨넘어가는 어항의 물고기들, 영화 내내 계속되는 어두운 밤장면, 물에 빠져 죽은 탈주범의 모습, 탱크행렬과 날카로운 스피커소리…. 배감독은 "새벽이 밝아오기 전에 진혼곡과 구성진 조사를 읊조리며 역사를 애도하고, 그 역사를 청산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검으나…'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스토리중심의 영화와는 다르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환상과 현실이 혼재된다. 그의 영화는 해석돼야 할 것이 아니라 경험돼야할 성질의 것이다.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우리가 잊고 있던 영화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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