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당이 내세운 경기.인천의 단체장 공천 내정자의 희망정당이 본인 의사와는 달리제멋대로 바뀌는 것을 보고 새삼 희한한 느낌을 가졌다.
경기도의 임(林)씨는 당초 자민련 지망이 국민회의로, 인천의 최(崔)씨는 국민회의 희망에서자민련으로 타의에 의해 낙찰, '맞트레이드'(?)되는 꼴이 돼버렸으니 나뿐 아니라 이 소식을접한 많은 독자들도 어리둥절했으리라.
더욱 가관인 것은 당초 지망한 당이 바뀌었는데도 당사자들은 오히려 "지역발전만 도모할수 있다면 당은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느긋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말로 미뤄본다면 정당이란 애당초 당선되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며, 또 야당단체장이 당선되면 그 지역은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말밖에 되지않으니 기가찬다.
비단 이들 뿐 아니다. 이땅의 많은 정치인들이 "그까짓 정당이야 갑이면 어떻고 을이면 어떻노. 중앙에서 돈 끌어와 지역개발만 잘하면 당선되는데…"라는 생각에 순치됐다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유권자들도 소신없는 여당행(行)을 나무라기는 커녕 지역을 발전시킬 일꾼으로 되레 떠받들기 일쑤니 정부수립 반세기에 하루살이 같은 정치꾼들만 득세할 뿐 정당정치는 겉돌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사실 지금같은 대통령책임제하에서는 국회의 국정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정치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처럼 정치인이 이념과 정강정책의 호오(好惡)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돈줄, 벼슬 줄 쥐고있는 대통령의 칼자루에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쏠리며 눈치 보기에 영일이 없다면 무슨 정치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유권자들이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의 실정(失政)책임을 물어 총선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로만들어 놓으면 정부.여당은 스스로 반성하고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민심을 얻도록 노력하는게 원칙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자기 성찰도 선행되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의 권능을 앞세운 강작(强作)에의해 때마다 정계가 개편되고 있으니 이래서야 '정책대결을 바탕으로 하는' 정치는 힘을 잃고 마는게 아닐까. 우리 정치의 위기는 한마디로 말해 '대통령의 독선 앞에 속수무책'이란말로 요약된다 하겠다.
역대 정권마다 국민들은 총선을 통해 야당을 지원, 여소야대가 되곤했지만 그때마다 정계개편이 잇달았다.
그결과 민의(民意)와는 동떨어진 여대야소로 정국의 안정은 얻었겠지만 국회는 시녀로 전락,국정감시기능을 상실했던 것이다.
결국 전(全), 노(盧)및 김영삼(金泳三)정권의 부패상도 따져보면 대통령을 견제할 힘이 우리정치체제에는 거의 없다시피한데서 비롯됐던게 아닌가한다. 요즘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하기 어렵다고 울상들이다. 지역유지로 구성된 지구당의 당료들이 야당이 되면서 시나브로 빠져나가고 흥청대던 여당의 위세는 간곳없이 돈줄까지 막혔으니 정치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올만도 한 것이다. 과거 군사 독재시절 어쩌다 지역유지가 야당을 할 경우 돈이 있는 사람은 세무사찰로 길 들이고 '돈도 없이 까부는'사람은 슬그머니 뒷조사를 해서 꼼짝못하게한적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야당을 하면 불이익을 당하거나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고 여전히 믿는게 현실이다. 어찌보면 우리의 정치풍토가 아직이 정도이니 웬만한 사람이면 여당하려고 기를 쓰는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의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것은 너무 진부해서 여기서 얘기할거리조차 안될지도 모른다.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때문에 우리 정치가 맴돌고만 있을뿐이니 어쩔 것인가. 중량급 정치인이 정당공천을 받으면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당선만 된다면 자민련도 좋고 국민회의도그만"이 遮 이런 풍토에서 진정한 민주발전이 이룩될 수 있다고 여러분은 믿고 있다는 것인지 묻고 싶어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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