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한번 휘두르고 4억달러(5천억원)를 물어야 했던 '마슈 보야'라는 월급쟁이는 골프사상 가장 운나쁜 사나이였다.
이 믿기지 않은 사건은 1987년 아프리카 베낭공화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다. 골프광이었던 이 친구가 골프장이 없는 한적한 도시로 전근을 간뒤 골프가 치고싶어 견딜 수 없자 인근 공군비행장 옆 들판에 나가 연습스윙을 하며 골프한을 달래곤 했다.
어느날 멋지게 스윙한 골프공이 옆으로 슬라이스가 나면서 때마침 비행장위를 날아가던 새 를 맞혔다. 실신한 새가 빙글빙글 돌면서 활주로로 떨어지는데 공교롭게도 밑에서 제트훈련 기 한대가 창문을 열어놓은 채로 막 이륙하고 있었다. 떨어지던 새는 조종사의 헬멧에 맞았 고 조종사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다가 곧 깨어났지만 이미 비행기는 제어할 수 없는 상 황으로 날아 조종사만 비상 탈출, 통제를 벗어난 비행기는 활주로에 세워둔 5대의 제트기와 차례로 충돌했다. 한달 봉급이 2백57달러였던 보야가 파괴된 전투기값 4억달러를 갚는데 필 요한 세월은 14만5천년. 골프사상 최고로 재수없는 골퍼가 된 것이다.
우리의 소녀영웅 박세리가 LPGA메이저대회에서 잇따라 수억원의 상금을 벌며 고개숙인 한 국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는 것은 보야와는 반대 경우다. 세계대회의 잇단 쾌거는 피나는 노력과 타고난 기량, 주위의 기술적·재정적 재원이 어우러져 이뤄낸 결과이지만 공이 웅덩 이에 빠지지 않고 경사진 러프에 멈춰 서 준 것은 기량과 함께 운도 따랐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절망적인 위기와 악조건에서도 과감히 물속에 뛰어들어 러프속의 공을 걷어낸 감동 적인 그림에서는 정신력과 투혼이야 말로 운을 더 뛰어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들은 박세리의 승리에서 단순히 스포츠를 통한 대리만족이나 즐기고 있을 게 아니 라 러프에 빠진 상황과 같은 이 국난을 헤쳐갈 국민적 투혼을 이끌어 내야한다. 지금 나라 사정은 보야의 골프만큼이나 겹쳐진 악운으로 꼬여가고 있다. 부패한 정치는 부실 도산기업 을 양산했고 기업도산은 실업자를 만들어 내고 실업문제는 다시 노동계의 저항을 유발하고 노동자의 파업은 노사정분열과 외국투자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덩달아 정부까지 대사면을 해준지 반년도 채 안돼서 또다시 대규모 전방위 사정(司正)에 나 서 위축되고 움츠린 국민들의 사기는 더욱 오그라들고 있다. 북한 또한 소떼를 보내면 잠수 정에 무장간첩이나 태워 보내 정국을 불안하게 만든다.
뭣하나 제대로 시원하게 풀려가는 구석은 보이지 않고 그저 마음들만 밧줄풀린 애드벌룬처 럼 허공에 둥둥 떠있게 한다. 이래서는 다부진 투지나 끈질긴 정신력이 모아질 수가 없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방관적인 체념이나 가는데 까지 가 봐라는 반심(半心)만 생기고 있으면 나먼저 신발벗고 물속에 들어가는 용기는 고사하고 위기를 걷어 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않 게 된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야 하고 살아 남아야 할 나라인데 보야의 골프공처럼 날아가는대로 떨어 지는대로 운이라 체념만 하고 던져두면 이 난국을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물속이거나 불속 이거나 맨발벗고 너도나도 과감히 뛰어들어도 될까말까한데 분위기는 그렇지 못하다. 어느 계층도 자기희생은 싫다고 하는 분위기뿐이다. 신발은 네가 벗고 물속에도 너나 들어가라 그리고 그린위의 영광은 내가 차지하겠다는 식이다. 어느 쪽도 승리를 누릴 수 없는 모습이 다.
박세리의 골프신화에서 우리가 배우고 끄집어내야 할 것은 희생의 분담과 함께 가라앉은 4 천만의 투혼을 되살려야만 모두가 이길 수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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