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굶주림이 빚는 범죄

영화 '빠삐용'에서는 지치고 굶주린 죄수가 사형을 앞두고도 쥐와 바퀴벌레를 잡아 먹는다.먹을 것이 없는 병사가 고립된 채 굶다 못해 가죽구두를 삶아 먹었다는 실화를 들은 적도있다. 굶주림 앞에서는 지식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에 큰 차이 없이 체면이나 위신을 지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굶주린 개가 으르렁거리는 사자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처절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IMF 이후 실직과 회사 부도로 우리사회엔 여러 가지 극한 상황이 빚어진다.

벼랑에 몰린 가장들의 생계형 범죄와 민생침해 재산범죄가 급증하고있다. 처자식에게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목숨을 버리는 '보험 자살'이 크게 늘고, 최근에는중소업체 사장들이 거액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뒤 사업장에 불을 질러 보험금을 타내다가 검찰에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올상반기 보험가입자 재해사망중 자살건수는 예년에 비해 평균 20% 이상 증가한 월 2백15건이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나면 자살의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이를 노리기도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1930년대 미국 공황 때 가족을 위해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하는 세일즈맨을 그린 연극 '세일즈맨의죽음'을 방불케 하는 사회현상으로 비전이 없는 사람들의 비극이다.

그러나 생명을 담보로한 이들의 결행은 오히려 평생을 고통 속에 지내야 하는 결손가정만 양산할 뿐이다. 가족을위한 범죄가 그 가족들에게 오히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도 전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겨서는 안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가장과 부모로서의 자존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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