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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시세계에 아나키즘 투영"

이육사의 시속에 아나키즘(무정부주의)이 상당부분 투영됐다는 해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정대호씨(시인·경북대 강사)는 '사람의 문학' 98년 여름호에 발표한 평론 '육사시에 나타난 아나키즘의 수용'에서 "육사의 초기 사상적 모태는 조부의 유교적 선비교육이었지만25년 의열단 참여 이후 아나키즘이 그의 정신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정씨는 육사가 20세 이전에 받아들인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음에도 아나키즘을 수용할 수 있었던 배경을 그 사상적 원류로 살펴보고 있다. 즉 규범과 질서를 중시한 유교의형식적인 면은 아나키즘과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내용면에서는 '의'를 중시하여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나키즘과 일치한다는 것.

아나키즘은 소박한 생활을 지향하고 권위에 대항하며, 자유와 자발성을 강조한다. 의열단이수용한 아나키즘은 '국가'를 폐지되어야할 대상으로 규정한 아나키즘의 일반이론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개인의 자주와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자주와 자유가 선행돼야 한다는게 국권상실 상황에 놓여있던 당시의 공통된 인식이었기 때문이다.

시 '교목'에서 나타난 꾸밈이나 수식이 없는 형태를 비롯 '소공원'에서 '망향가도' 불러보고, '강건너간 노래'에서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건너 갓소'라고 한 소박한 현실인정의 자세는 아나키즘의 소산이라는게 정씨의 주장이다. 특히 '매운 계절'과 '재겨디딜 곳조차없'는 시련속에서 꿋꿋하게 사는 삶을 표현한 '절정'에는 자주적이고 자율적인 인생의 가치를 터득한 아나키즘적 사상이 배어있다는 것이다.

"육사의 시는 소박함을 바탕으로 자유성·자발성·융통성을 존중하는 아나키즘의 원리를 긍정적으로 수용했다"고 정씨는 말했다.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자주적·주체적 사고로 자주인의 삶의 자세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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