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회창총재의 정치적 과제

대통령 선거패배후 당의 결속력, 정체성, 지도노선에서 해이와 혼선을 빚어왔던 한나라당이어제 전당대회를 통해 이회창 명예총재를 새 총재로 선출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그동안 한나라당은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긴했으나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못하고구심점도 약화된채 거대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었다. 특히 화급한 경제위기속에국회운영등을 통한 야당의 경제.민생문제해결을 위한 역할이 막중한데도 생산적이고 대안있는 반대에 실패함으로써 여당못잖게 국민의 정치권불신을 가중시키는데 한몫했을 뿐이다.이제부터 이총재체제의 출범으로 이같은 지리멸렬을 씻고 국가위기극복에 제몫을 하는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할 것이다.

특히 이총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1차투표에 대의원의 과반을 넘는 지지로 선출된만큼 당의결속을 다질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노선이 분명한 야당을 만들 수있는 조건을 갖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당권경쟁에서 패배한 세력들을 포용하는 일이 당결속을 위해선 무엇보다 선결과제라 할 수 있으며 이들 세력이 이탈한다면 이총재가 이끄는야당과 이총재의 리더십 약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경선에 패배한 후보들도 이미경선결과에 승복하고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대로 새로운 야당건설에 협력해야할것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앞날에는 엄청난 물마루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같은 정치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한다면 차기집권에 성공할 수있는 정권대체세력으로 위상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전개되고있는 여당의 야당의원 빼내가기, 이총재 측근인 서상목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에 대한 수사와 사정, 10월 중순부터 시작될 구여권(舊與圈)이 주된 대상인 경제.방송청문회등은 야당의 대처능력에 따라 장래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문제들은 야당측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는만큼 무조건 거부나 반대만할 수도 없는 것이고보면 정당하면서도 야당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슬기로운 대처방법이 필요할 것이다.이총재는 '힘있는 정당'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여당이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면김대중 대통령과 솔직하고 진지한 국정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정치를 강경대치국면으로만 몰아넣지않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여당도 야당과의 대화폭을 넓혀야할 것이고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지양하고 국가위기극복에 협력하는 자세로 대안있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야한다. 그럴때 국민으로부터 정권대체세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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