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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올빼미도 웃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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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뒷 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달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달님도 소리내어 깔깔 거렸네(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추석 전날의 정겨운 풍경을 노시인의 시 한편이 아주 절실히

묘사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생히 살아 나는 것 같아 인용해 보았다. 나이들면서 명절이란 말에 짜증을 내고 그저 의무적으로 받아들인 자신을 문득 깨닫게 된다. 지금 시절이 하 수상해서 라고 말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지 않겠느냐고 반성해 본다. 지금보다 휠씬 어려웠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제사 음식에 송편을 빚고, 가족들 한복까지 손수 지으셨다. 다홍빛 갑사 치마와 노랑 저고리를 박음질하시던 어머니 곁에서 우린 마냥 설레었다.

그빛깔과 비단 향기는 갈수록 더 선명해지는 걸 느끼면서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앞만 바라보고 달리며 풍선 터지는 줄 모르고 불어대다가 IMF의 시련을 당하자마자 눈앞 캄캄하게 좌절하는 우리들이 아닌가. 더 어려웠던 그 시절에도 어른들께서는 꿈과 아름다운 추억을 자녀들에게 심어 주셨다는 걸 기억하고 용기를 가져야겠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어귀야 머리곰 비취오시라/어귀야 어강도리/아으 다롱다리(井邑詞, 고려가요)옛 여인네들의 노래처럼 올 추석 보름달이 높이 높이 돋아 멀리멀리 비추어 모든 어려운 이들 가슴 구석구석 희망의 빛 뿌려 주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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