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와 5.18 기념재단이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5.18' 비디오 테이프를 전국 6천여 중.고교에상영을 요청하자 일선 학교가 이 테이프의 교육적 적절성과 상영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상영시간 37분짜리의 이 테이프는 79년 5.18 당시 신군부가 광주시민의 시위를 진압하는 내용을재편집한 것으로 시민들이 폭행당하는 장면과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끔찍한 광경을 생생히 담고 있다는 것.
대구.경북교육청은 15일을 전후해 광주시로부터 전달받은 테이프 가운데 일단 6백70여개 중.고교에 1개씩을 배포, 교육자료로 사용토록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5.18 민중항쟁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바뀐 만큼 광주시 등의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다"며 "테이프의 배포 여부를 교육부에 질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테이프를 배부받은 일선 중.고교들은 "당시의 혼란스런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터져나온 민주화운동이지만 끔찍한 장면이 적지않게 담긴 내용의 비디오를 굳이 수업시간을 통해 상영하는 것은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특히 중학교와 여고의 경우 부정적인 견해가 주류이며일부 남고는 5.18이 역사적 사실이고 한두 차례 TV에서 방영한 적이 있는 만큼 상영해도 무방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ㄷ여중 교장은 "정치적 아픔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교육적으로 나쁘다"며 "그러나 교사 회의를 통해 방영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ㄱ여고 교장은 "공부하기에도 벅차 비디오를 보여줄시간이 없다"고 했다. 반면 ㄷ고 교장은 "교육청이 배부한 것은 보여주라는 것 아니겠느냐"며 "특활시간을 이용해 방영하겠다"고 말했다.
김보경 경북대교수(60.학생생활상담소장)는 "외국의 경우 전쟁 등 역사적 사건의 다큐멘터리라고하더라도 전체적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은유적 장면들로 구성, 교육적 자료로 활용할 뿐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폭력장면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또 "폭력장면은 목적에 관계없이 모방성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나친 폭력장면은 비교육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9월말 전국 시.도교육청과 대학 및 공공도서관 등에 비디오테이프와 5.18정신함양과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상영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8월 광주를 방문한 대통령이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지시해 홍보용으로비디오테이프를 제작, 보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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