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 홀로 남아 인간 구원을 기구한 예수의 그 처절한 고독을 제한된 인간의 말이나 글로써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큰 지혜는 말과 글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석가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다시말해 말이아닌 마음에 지혜를 실어 가섭에게 보낸 것이리라. 현대 물리학의 지평을 연 '불확정성의 원리'의 하이젠베르그교수는 스승인 보어교수로부터 강의를 통해 학문을 배운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신변 잡사를 얘기하는 채터링(한담)을 통해 보어의 인격과 인생을 섭취함으로써 학문적성취가 가능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참 교육이란 결국 빈틈없는 전문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이처럼 말을 뛰어넘어 스승과 제자를 한마음으로 묶어주는 이해와 사랑의 바탕에서 비롯되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요즘우리 교육은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막돼먹어도 공부만 잘한다면 상전 모시듯 하는게 우리 현실이니 이런 공부 해서 뭣하나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옛날에는 인격부터 갖춘 위에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재능과 지식만 잘 배우면 만사형통이란 식이다.
그 결과 사교육비만도 연간 17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교육투자를 하고서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에는 실패한 것만 같다. 비록 다소간의 전문지식 계층을 양성했는지는 몰라도법과 질서를 지키고 이웃과 더불어 살며 인간을 사랑할줄 아는 인재 양성에는 실패한게 분명하다.
누군가가 요즘의 우리나라를 '부패공화국'이라 했거니와 이처럼 잇따라 불거지는 부패상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교육을 무시한채 성적 위주 교육에 치우쳐 학교 성적우등생에게 이나라를 전단시킨 결과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우리 교육이 이렇게 된 것은 물론 좁은 나라에서 과열 경쟁이 빚은 산물일수도 있겠지만어찌보면 과거 30여년간의 군사 문화의 산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군대'란 원래가 패배하고는 못 배기는 집단이니만큼 대화와 설득, 사랑과 이해등 민주사회에 가장 적합한 '의미'들과는 겉돌기 마련이다. 그보다는 효율성이란 미명아래 승리, 정복등의 공격적이고 억압적인 의미에 가치를 더욱 부여해 왔던게 사실이다.
그 결과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데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않는 지식 엘리트를 양산한 것만 같다.
국고를 물쓰듯 하고 은행 돈을 제 주머니 돈 쓰듯 하는 요즘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불감증이야말로 그동안 지식 전수를 위주로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말해주는게 아닌지 모르겠다.내 친구중에는 '어머니'얘기만 나오면 목이 메는 이가 있다. 어린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는 초등학교 2년때인가 자신의 생일날 홀어머니가 모처럼 해주는 쌀밥 한그릇을 먹으면서 "엄마는 안먹나"했더니 "나는 조금 있다가 새 밥 되거든 먹을게"하더란다. 그런가 했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나중에 슬그머니 부엌에 나가 솥 뚜껑을 열었더니 빈 솥에 물만 끓고 있을뿐…. 눈치를 챈 친구는 그렇게도 울었다며 쉰살이 넘은 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한채 어머니처럼 고마운 인간이 되려고노력한다.
그에게 그날의 밥 한그릇은 밥 이상의 평생 잊을수 없는 사랑이자 훌륭한 인성 교육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요즘의 교육에는 말하자면 이런 류의 감동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거니와 어찌 감동 없는 죽은 교육으로 참 인간을 길러내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무리를 해서라도 과외를 시키고 해서 일류대에 보내는 것만이 유일한 자식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학부모 여러분, 먼 훗날 당신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자녀들이 진정 당신을 기억하고 그리워 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내 친구가 받은 것과 같은 마음에서 솟구치는 진정한 사랑부터 듬뿍 쏟으시는게 어떠실는지.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을 바탕으로한 인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는 것만이 지금의 이 만연된부패 고리를 끊는 유일한 첩경이라 믿으며 대학 입시철에 한마디 적어본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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