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간조선'과 '조선일보'가 고려대 최장집교수를 상대로 전개한 이른바 '사상검증'이 학계는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는 학자로서의 소신을 존중하는 일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라는 공인에 대한 사상검증은 별개의 문제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학자의 학문적 소신이 존중되어야 함을 인정한다면 학문적 경향을 떠나 그가 공인으로서 국가에 봉사할 권리도 동시에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정언론사의 취향에 맞는 학문을 한 사람만이 공인의 자격이 있다는 논리는 정치적 논리에 불과하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빨갱이'라는 극단적 용어까지 동원하여 한 학자가 수십년간에 쌓아올린 학문의 성격을 매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최교수가 한국전쟁을 김일성의 역사적 결정이라고 한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에 대한 전통적인 논의가 한국전쟁발단의 책임을 둘러싼 것이었음을 생각한다면, 그것을 김일성의 결정으로 파악한 최교수의 결론은 이 주제에 대한 전통적 입장의 재확인에 다름아니다.
조선일보는 또한 북한의 한국전쟁행위가 민족해방전쟁의 성격을 띠었다고 지적한 것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한국전쟁이라는 정치현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추구하는 학자일 경우 이 현상의 성격과 동인에 대한 다각적인 조명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북한정권의 성격과 전쟁행위의 동인에는 북한 양식의 민족주의, 군사적 모험주의 그리고 한반도공산화를 도모하는 사회주의혁명론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착종되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회과학에서 논의되어온 민족해방전쟁이란 개념은 우리가 그것을 정치이념적 관점에서 비판하든수용하든 그같은 요소들이 복합된 정치현상으로서 20세기 제3세계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다. 그것은 급진적인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민족주의가 강대국 헤게모니와 그와 연결된 토착 보수정권에 무력으로 도전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국의 대부분의 자유주의적 현대사가들은 베트남전쟁을 베트남공산주의자들에 의한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했다. 학자들만이 아니다.베트남전쟁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도 그리고 다수의 반공적인 정치인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 전쟁을 민족해방전쟁이라고 말하는 것과 전쟁 당사자들의 어느 편에 어떤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가 하는 것이야 말로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전쟁을 일으킨 정치집단의 민족해방이데올로기가 현실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는극단적으로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그 전쟁의 결과로 진정한 민족해방이 왔는지 아니면 오히려 민족적 비극이 초래되었는지에 대해서 전쟁발발 책임자들의 시각과 객관적인학문적 평가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최교수의 논문은 한국전쟁의 비극적 결과 뿐만 아니라그 결과로 이끈 북한정권의 전쟁결정에 대해 지극히 준열한 평가를 내렸다. 이를 두고 사상검증을 운위하는 것은 조야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
학술적 논문의 한 자구나 개념을 문제삼아 한 탁월한 학자가 공인으로서 나라의 개혁에 봉사할기회를 박탈하려는 언론사의 기도는 개탄할 일이다. 김영삼정부 하에서 훌륭한 개혁적 인사들이그같은 횡포로 희생되었다. 그 정권의 개혁의지의 허약성을 노정한 것이기도 했고 일부 언론의정치적 횡포에 대해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관대함을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현 정권도 전철을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이 사태를 매카시즘을 존재기반으로 삼는 언론의 일부행태를 개혁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 학계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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