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산중과 들중

가을이라는 색깔에 언제나 가슴떨림이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전 노스님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되어 스님이 계시는 바닷가 절로 찾아뵙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젖어본 적이 있다.

그날 문득 스치는 그리운 얼굴하나가 있었다. 대학동창인 L신부님의 맑은 미소가 잔잔한 파도가되어 밀려왔다.

나보다 두살 어린 L신부님은 우리가 만나거나 전화할 때마다 '미아몰 내사랑'이라고 한다. L신부님이 "산중형 요즘 어떻게 지내?" 하면 나는 "들중아우 건강은 어때?"로 인사를 나눈다. 우리사이에서는 스님이란 뜻으로 '산중', 신부님을 지칭하여 '들중'이라면서 서로의 안부를 한달에 두 서너번씩 묻곤한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맑고 밝은 L신부님께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의 것, 자기의 종교만 내세우는 사람이야, 인간은 나의 것이 중요하면 남의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되고 자신의 종교에 신심이 있고 신(神)의 존재에 확신이 있다면 남의 종교에 대한 존경심도 가져야 할것이야"라고 말한다. 그럴때면 L신부님은 흔쾌히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산중형, 우리 부모님들도절에 다니셨던 불자(佛者)이셨어"라고 한다.

우리 삶에서 진정한 신앙인이 없어서일까? 종교심이 없어서일까? 각각 다른 신앙심에서 하나가될 수 있는 것은 산이 있어야 물이 맑아 들에서 곡식이 영글어 가는 것이고, 들이 있어야 우리가산다는 것일진대….

그런데도 유난히 목소리 높여 내것만 외쳐대는 분들을 볼때마다 L신부님의 맑고 부드러운 미소가 그리워진다.

〈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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