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때 조선을 구한 인물은 누가 뭐래도 최명길이다. 사실상 항복하는 국서를 척화파 예조판서 김상헌이 찢어버리자 주화파였던 이조판서 최명길은 "그대가 찢어버리면 나는 풀로 붙이겠소"하며 다시 모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 자민련의 박태준총재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평소의 소신이었던 '선경제회생 후내각제'에서 한발 더나가 내각제 개헌 시기를 늦출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논리는 내각제합의는 지난해 11월3일 이었는데 그후인 21일에 IMF긴급구제금융요청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 했으므로재검토 되어야 한다는 국민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IMF사태라는 국난을 맞아 그러잖아도 정쟁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아온 정치인이 국가경제회생을위해서 내각제실시라는 당의 방침도 바꿀수 있다고 말한 것은 참으로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박총재의 발언을 바라보는 시각은 '순수' 그 자체만은 아닌 것 같다.
자민련의 충청계의원들은 김대중대통령과 이미 논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으로 보는가하면 정계개편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의 눈초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청나라가 쳐들어왔을때 명나라 신하들은 조국의 명예를 부분적으로 지켜준다는 조건으로 청나라에 항복한 이신(貳臣)들이 있다.
나름대로 명분을 내세웠지만 역사가들은 이를 두고 충절과 의리를 저버린 두마음을 가진 신하로평가절하하고 있다. 거창하게 갈 것은 없지만 박태준총재는 위선적 명분론을 버린 최명길인지 아니면 명분을 내세워 권력에 항복해 버린 이신인지 그것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역사는 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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