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사람들'. 사흘전 국민회의 대구시 지부 후원의 밤이 열린 날, 한나라당 대구시 지부쪽 사람들이 후원회에 등록된 지역 기업인 명단을 두고 뱉어낸 가시 돋친 말이다.
한나라당이 속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솔직히 이런 뜻일게다. '그분들이 등록하고 싶어서 했겠느냐. 금융대출, 워크아웃, 관급공사수주 등을 해결해서 기업부터 살려놓고 봐야할 궁박한 처지인데 반 DJ따위의 지역 정서나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다보니 떠밀리다시피 회장단에 선출 됐을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여당의 후원회 가입권유를 거부할 만 큼 배짱 부릴 여력이 있는 지역 기업이 몇개나 남아있느냐. 권유해올 때 싫 든 좋든 후원금 내고 못이기는척 들어가는 것이 살아남는 길 아니겠느냐. 그 러니 맘에 없는 선택을 한 그 사람들이 언젠가 권력이동이 있게되면 다시 되 돌아 올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지역 원로 기업인들이 정치세(勢)에 따라 기업인으로서의 소신이나 경영철학을 변덕스레 바꾸고 정권에 아부하는 겁많은 인물들로 오 해돼 들릴 수 있을지 모르나 그분들의 딱한 처지로 보면 한나라당 쪽의 견강 부회식 표현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기업하는 사람들로서는 정치판의 권력축 이 왔다갔다 하는 것 만큼 피곤한 일이 없다. 작년 까지만 해도 지역 기업인 들은 한나라당이라는 여당을 위해 후원금 명목의 준조세를 바쳐왔고 이번에 는 단지 납부 대상을 바꾸고 있다는 차이뿐 사실상 호주머니를 털린다는 사 실에는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지역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의 판단으로는 후원금 액수도 3백만원~5백만원 그룹과 5백만원~8백만원 그룹, 8백만원이상 내는 그룹으로 나눠서 정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정도 후원액수라면 아무리 IMF로 다 쓰러져가는 지역 기업들이지만 속된 말로 속곳을 팔아서라 도 댈 수 있는 액수다. 따라서 이번 후원의 밤 행사를 놓고 지역여론이 관심 을 두는 부분은 후원금 문제가 아니라 어제까지 한나라당 후원자였던 대구 기업인들이 새여당 문전에 줄을 바꿔서야하는 모양새가 절의(節義)가 강한 지역 정서에 과연 어떻게 비쳐질 것이냐는 데 있다.
여당 앞에 새 줄을 바꿔서지 않으면 은행대출이 힘들고 관급공사 따내기가 어려우며 워크아웃 협의가 쉽지않다는 식의 떠도는 의심들은 매우 위험한 불 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후원회에 등록한 모든 지역기업인들이 그런 불안과 불신을 눈꼽만큼도 품지않고 오직 새 여당의 정치, 정책노선을 지지하고 따 르고 싶은 충정과 신념때문에 후원금 내가며 줄을 바꿔섰을 것이라고 믿기도 어렵다.
많은 중진 기업인들은 이미 지난 정권때 부터 적게는 한 두개, 많게 는 8개 이상의 정당또는 정치인 후원회를 자의든 타의든 떠맡아 왔다. 정치 후원을 통해 기업보호와 기업이익을 위한 정치적 계산도 했다는 부분적 비판 이 없지 않았지만 대다수 기업인은 그런 후원을 통해 정치를 지역 경제에 선 용(善用)해보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후원도 이 왕이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서로 아껴주는 지역 분위기나 지역 경제를 위해 유익하다. 이번 국민회의 후원회 구성 역시 그런 의미에서 이왕이면 일 단 좋은 시작으로 관망해보자.
예산 배정에 영향력이 큰 여당에 잘 보여야만 지역 경제를 살릴수 있고 밥 이라도 제대로 먹을수 있느냐는 식의 아니꼬운 생각을 가지자면 감정의 골은 끝이 없이 깊어진다.
국민회의 후원회에 안들어가면 은행대출, 공사수주, …. 이것저것 어렵다는 불신의 위협에 떠밀려서가 아니라 '좋은게 좋다'는 대구인의 큰 가슴으로 '새로운 큰 정서'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어제는 이 정당 오늘은 이 정당을 후원해야하는 기업인들의 '기생같은'마음이야 더 오 죽하겠는가. 지역이 어려울 수록 다시돌아올 사람들을 놓고 우리 다함께 크 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
金廷吉〈비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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