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농업 지키기

WTO(세계무역기구) 뉴 라운드 협상을 앞두고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주요회원국 통상장관회의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해 선언문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앞서 우리나라는 최근 마련된 선언문 초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미국 등 수출국의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2000년부터 3년동안 펼쳐질 뉴 라운드 협상이 원만한 결론을 이끌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전 국민적 관심과 협조로 협상에 임하는 한편 이를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모두 2천260만4천명이며 이중 농업인구는 12%인 270만9천명. 그러나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중 농림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4%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나 경제계는 어쩌면 뉴 라운드에서 농업부분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공산품에서 더 큰 이득을 보면 국가적으로 훨씬 이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에대해 최태환 경북도 농정과장은 "선진국들은 농업이 우리보다 더욱 비경제적이라 하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제도들을 통해 농업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농업에 대한 비교역적 기능, 환경보전 기능과 식량안보적 기능을 고려한 직접지불제"라고 말한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이탈농에 대한 직접지불제도인 농업자 경영이양연금을 시행하고 있으며 벼 생산제한을 위해 95년까지 논에 대한 전작보상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96년부터는 생산조정 조성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조건불리지역의 농경지를 경작하는 농가에 중산간지역 직접지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미국은 96년부터 계약지불제도를 도입, 농가에서 농지보전 조건을 준수하면 매년 일정액의 계약지불금을 받는다. 또 농가 소득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96년부터 소득보험제를 시행, 농산물 판매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기준 수입의 50 ~75%를 보장받는데 앞으로 점차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스위스는 직접지불제를 농업정책의 근간으로 삼아 90년 농업지출의 40%를 차지하던 직접지불액이 95년에는 농업예산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가장 많은 종류의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조건불리지역에 대한 직불제는 영국의 경우 46년부터, 독일은 61년부터 시행해왔는데 UR협상이 한창이던 92년 가격지지 감축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를 보상하기 위해 도입했다.우리나라도 고령 은퇴농가의 소득안정과 쌀 전업농의 영농규모 확대를 촉진함으로써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97년부터 65세 이상 농업인을 대상으로 규모화촉진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환경농업 실천농가의 소득 감소를 보전하여 환경농업을 육성하고 농업 농촌의 환경보전과 안전한 농산물의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를 시행하고 2000년부터는 전국적인 친환경농업에 대해 직접지불제를 시행한다. 이와함께 2001년부터는 쌀 농가에 대한 직접지불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뉴 라운드 협상이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의 주장대로 타결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10년안에 쌀 생산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농산품 생산량은 35%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농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농업인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농업이 더욱 사양산업으로 피폐해 갈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라 공산품 수출은 오히려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부당국자는 이번 뉴 라운드에서 공산품의 관세인하가 UR수준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는 101억달러의 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입은 피해를 공산품 수출로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천만이라고 농정관계자들은 주장한다. 이와함께 우리 농업을 지키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산 소가 무제한 수입되면 가격면에서 경쟁이 되지 못하고 쌀이 개방되면 국내 쌀농사는 더이상 권장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직접지불제를 고수해가면서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듯 우리도 농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해야 한다. 농업인들은 "평지의 좋은 농토를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어 오히려 진흥지역 밖보다 땅값 등에서 불이익만 당하게 만들고 있다"며 농업 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는 직접지불제로 ha당 268만원(최고 1천500만원)인 경영이양보조금을 더욱 확대해야 하며 다양한 형태로 농업에 대한 보상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농정 관계자들은 주장한다.

李敬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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