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이진흥 김명인 정호승씨의 시집이 때를 같이해 출간됐다. 내면 들여다보기로 정신의 깊이와 깨달음의 세계를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들의 시집은 개성이 뚜렷하지만 절제와 함축이라는 공통분모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서울 출신으로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흥(대구산업정보대 교수)씨의 두번째 시집 '칼 같은 기쁨'(문학세계사 펴냄)은 작고 가녀린 존재를 따스한 마음으로 감싸는 연민속에 깊은 사유와 철학을 다져넣은 시편들을 보여준다. 첫 시집 이후 15년만에 선보인 이 시집에는 종래와 같이 이지적인 관조의 시각을 안으로 다스리고 있으면서도 구체적 삶의 정조가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눈물겹게 그려지는 따스함과 섬세함, 너그러움이 두드러진다.
"오, 나는 즐겁다 나는 칼 같은 기쁨, 내 숨결이 닿는 곳이다... 〈중략〉... 오, 나는 빛나는 고통, 나는 반딧불"('나는 반딧불')이 시사하듯이 시인은 극단적인 스토이시즘을 떠올린다. 7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중앙일보 신춘문예(72), '현대문학' 추천(78)으로 등단한 그는 연구서'한국 현대시의 존재론적 해명'도 냈다.
경북 울진 출신인 김명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씨의 여섯번째 시집 '길의 침묵'(문학과 지성사 펴냄)은 사유와 절제, 인내가 응축된 시편들을 보여준다. 사유가 객관적 상관물로 분출되던 종래와는 달리 "누구나 제 안에서 들끓는 길의 침묵을/울면서 들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침묵')라는 진술에 이르면서 결코 가벼운 아포리즘에 떨어지지 않고 내면으로의 침잠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의 세계, 시적 트임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반시' 동인으로 활동했던 김씨는 이번 시집에서도 비극과 비애의 정조를 고도의 감수성으로 용해하고 있으며, 감동적인 시적 형상화에 이르고 있어 주목되기도 한다.
대구 출신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정호승씨의 일곱번째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창작과 비평사 펴냄)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단순하지만은 않은 역설과 맑고 순수한 세계를 떠올리며, 절제와 압축의 미덕을 거느리고 있다. 그의 짧은 시들은 감성에 기울면서도 세속 파괴의 힘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사랑의 신성함이 깃들이고 있다.
"이제 물로써 물을 씻으니/사랑도 맑은 물에서 나고/고독도 맑은 물에서 난다"('청령포')는 그의 시심에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온기가 촉촉하다. 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정씨는 이번 시집과 함께 16편의 짧은 이야기를 모은 성인동화 '항아리'(열림원 펴냄)도 출간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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