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피아-대구 시작장애인 민속예술단 창단발표회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예술활동을 통한 직업재활에 도전합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대백프라자 문화예술관에서 열린 '대구시각장애인 민속예술단 창단발표회' 출연진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긴장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숱한 공연에 참가해 왔지만 이번 공연은 성격이 전혀 다른 때문이다.

한국맹인복지회 대구지부 부설 민속예술단이 창단된 것은 올해 8월. 이전에는 맹인영리학회 민속예술단으로 활동했었다.

"소속을 한국맹인복지회로 바꾼 것은 친목단체 활동에서 벗어나 전문직업예술인 단체로 도약하기 위해서 입니다. 예술단 활동이 정착되면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려운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삶의 터전을 얻을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송종태(46) 단장은 굳은 각오를 밝혔다. 물론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수 없지만,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그 만큼 희망은 새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단원들의 신념이다. 전국 최초의 장애인 '전문예술단'이란 점도 대구시각장애인 예술단이 정착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재활의 돌파구로 예술단활동을 생각한 것은 열악한 취업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대구지역 시각장애인 수는 2만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무직자가 70%에 이른다. 나머지 취업자도 '안마사' '영리(복술)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극소수만이 교수, 특수학교 교사, 성직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이다.대구시각장애인 예술단은 출범초기임에도 불구, 풍물팀 관악팀 민요팀 사물팀 등 체계를 비교적 잘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단원은 △풍물팀: 김송도(상쇠) 김진노(징) 이배관·장태돈·서진수·유재곤(북) 김국강·진화자·김기옥·정순녀(장구) 정재복(태평소) △관악팀: 정재복(태평소 대금 단소) △민요팀: 구인남·김학·김부영·황영조(창) 양을수(장구) △사물팀: 최성락(꽹과리) 손종건(징) 서정환(북) 이희수(장구)으로 구성됐다.

대구시각장애인 예술단의 연혁은 지난 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맹인역리학회 회원중 풍물에 관심이 있는 5명이 풍물패를 구성, 각종 자체행사 뒷풀이 흥을 돋구는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의 지도아래 본격적인 풍물수업이 시작된 것은 그후 10년 뒤인 지난 96년 비산농악(날뫼북춤) 후계자인 윤종곤씨를 통해 김민(대구연예인협회 회원)씨를 소개받고 부터다.

체계적인 풍물지도 덕택에 단원들의 수준이 외부공연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향상되면서 예술단의 활동폭은 크게 넓어졌다. '재활걷기 체험대회' '장애인의 날 행사' '체육대회' 등 시각장애인 관련 공식행사는 물론 '토요알뜰장터' '건국50주년 기념 태극기 이어달리기' 등 각종 외부행사에도 초청됐다.

올해 5월에는 지리산 뱀사골에서 열린 '영호남 시각장애인 친선등반대회'에서 식후 축하공연으로 영남사물놀이를 펼쳤다.

왕성한 외부활동은 단원들에게 자신감과 함께 질적 변화를 모색할 의욕을 갖게했다. 지난해 10월 민요팀을 창단해 전통문화연구원에서 교육을 시작했고, 곧이어 사물팀과 관악팀을 차례로 만들었다.

송종태(46) 단장은 "'자선단체 성심회'를 비롯한 여러단체와 독지가들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예술단원 모두가 실직자라서 운영에 어려움이 크다"며 "예술단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위의 따뜻한 손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053)253-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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