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열쇠 '문기자 私信' 어디 있나

언론대책 문건 고소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1일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 기자에 대해 일단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 기자의 금전수수 사실이 외곽에서 잇따라 터져나오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본류는 문건폭로로 비롯된 명예훼손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지만 장외에서 반전을 거듭하면서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꼬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 기자가 이종찬(李鍾贊)부총재에게 언론대책문건과 함께 전송한 사신(私信)의 행방이 사건의 실체를 벗겨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사신 어디 있나=검찰은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자 하는 범의가 존재했느냐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문기자의 사신으로 보고 있다.

이 사신의 존재를 이 기자나 정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지금까지 검찰조사에서는 이 기자와 이 부총재측 신원철(申元澈) 비서관의 진술이 팽팽히 맞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인 것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 기자는 7장의 문건만 훔쳤고 신 비서관은 사신을 포함한 10장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사신을 못보았나=신 비서관은 "사신을 본 뒤 문건과 별도로 묶어 두었으나 부총재에게 전하지 않았고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소 이 부총재와 절친한 기자로부터, 그것도 외국에서 전송돼온 편지란 점을 감안할 때 비서관이 팩스를 받은 6월24일 이후 이를 분실한 7월10일까지 열흘이상 이를 전하지 않았다는 진술은 강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반대로 이 기자가 사신을 뺀 나머지 문건만 달랑 갖고 나왔으며 문건원본 팩스상단에 찍힌 송신처를 확인하지 않고 이를 가린 채 복사한 뒤 찢어버렸다는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결국 사신이 이 부총재측에 남아 있느냐, 이 기자가 갖고 갔느냐, 아니면 제3자에게로 전달됐느냐가 사건의 흐름을 가름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드러난 이 기자의 2천만원 수수=검찰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 기자의 2천만원 수수설이 보도된후 이 기자를 상대로 이를 추궁해 확인했다.

이 기자는 검찰에서 K엔지니어링의 청탁을 받고 "관급공사 원청업체로부터 하청을 따게 해달라"며 다시 정의원에게 부탁한 대가로 2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으나 실제로 청탁이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 이전에 이같은 사안이 어떻게 보도될 수 있는지, 이 기자나 정의원이 오래전부터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아왔는지 갖가지 의혹을 낳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와관련한 이 기자의 사법처리 여부에 대해 "관급공사 하청이 공무원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법률검토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자-정 의원간 1천만원 거래=검찰은 이 기자가 정 의원으로부터 빌린 돈의 성격에 대해 "문건 제보와 금전거래 간의 시간적 간극이 워낙 커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의원과 이 기자의 특수한 관계가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는 한 단순한 금전거래인지 어떤 묵계가 있었는지 함부로 단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검찰은 이 기자가 무려 30개의 예금통장을 갖고 있는데다 금전관계가 워낙 복잡한 점에 비춰 또다른 금전수수가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계좌추적에 들어갔다.◇이 기자 추가 문건 절취 의혹=검찰은 이외에도 이 기자가 이 부총재의 여의도사무실 문서보관 창고를 뒤져 10여건의 국가정보원 문건을 훔쳐 이를 정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부총재는 국정원장 퇴임시 국정원의 허가를 받고 이를 갖고 나왔다고 밝혔으나 만일 그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으로 다시 폭로될 경우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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