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외교로 무더기 해상 실업자를 양산시킨 한.일어업협정.
IMF환란에다 정치적 과도기(일본측이 이때를 노렸다는 이야기도 나옴)에 체결된 이 협정에서 우리측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당시 해당 부처의 장관 퇴출에다 신정부 출범 직후라는 시대적 배경으로 노도같던 어민들의 비난은 비교적 빨리 진정됐으나 이 협정의 실패가 향후 잇따를 여타 협정에 번번이 악재로 등장할 것 같아 안타깝다.
◈너무 많은 것 잃은 어업협정
또 책임규명에 철저히 기인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면책 의식구조가 개선되지 않는한 이같은 망신 협상이 근절되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우리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월 한.일어업협정 체결 이후 이에 따른 실무자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실무자 협상은 내용적 측면에서 비교적 단순한 편이나 회의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실패협상을 거울삼아 반전을 노리는 우리측과 초전 승리로 사기가 오른 일본측의 밀어붙이기식 전략이 맞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전만 계속되고 있다.
이번 협상에 나선 한국측의 자세도 과거와는 달리 아주 단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졸지에 황금어장을 잃은 어민들의 분노를 생각할 때 또 다른 협상후퇴는 가공할 사태를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본측은 어떤가.
지난번 협상에서 한국 협상팀의 무기력한 모습에서 계속되는 실무협상에서도 단연 우세할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다. 특히 이들은 협상팀의 전문성, 외교 역량 우위를 전략으로 내세워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日측 협상팀 파상공세 퍼부어
최근 일본측 어민대표들은 영덕.포항등 동해안 지역을 방문, 중간 수역내 조업금지까지 요구하고 나서 우리 어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이들 방문단 중엔 수산 공무원, 수협중앙회 직원까지 가세, 이 조직이 단순 민간조직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이 방문도 어업 실무 협상을 앞두고 계획된 지원사격용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자아내고 있다. 어쨌든 양국은 이달말까지 2000년도 어획 할당량 및 입어 조건 교섭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한국은 그리고 앞으로 3년내 일본과, 5년내 중국과의 큰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이 큰 협상은 기존 어업협정을 연장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협정으로 대체하든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매우 비중있는 협상이다. 그런데 차제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줄줄이 협상을 앞둔 한국 협상팀의 협상 자세 문제다.
일본측은 70년대 말 1차 한.일 어업협정후 어업협상 전문팀을 구성, 20년 또는 30년 뒤에 있을 협상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월 체결된 어업협정은 미리 예상하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협상팀은 전문인으로 구성됐으며 어민들과의 수시 합숙을 통해 이들의 고충과 요구를 수렴, 협상과제로 삼았다.
여기에 반해 우리는 어떤가.
◈비밀에 부쳐진 정책이 문제
수산분야 수뇌부가 정치적 바람을 타고 단명으로 일관, 전문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에다 사전 준비 부족에다 협상팀의 무기력까지 겹쳐 한.일 어업협상에서 대상 어선조차 누락하는 우를 범하고 구걸 협상까지 해야 하는 결과를 빚었다.
우리나라 어업 정책은 너무 폐쇄적인 것이 또 문제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실무협상 우리측 안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어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한.중 어업협상에서 우리 측 입장이 공개돼 역작용이 있었다는 것. 전례로 볼 때 밀실협상 추진이 빚은 손해도 적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어업전문가나 유능한 전문 외교인들도 키워야 한다.
조상들이 애써 이룩한 자랑스런 해양 문화의 자존심을 지키는게 이 시대 선결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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