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검은 국민기대 외면 말라

천신만고 끝에 구성된 파업유도 특검팀이 내분으로 좌초위기에 처했다는 건 정말 유감스럽고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주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강원일 특별검사를 비롯한 이른바 재조(在曺) 검사출신 특검팀과 김형태 특별검사보를 주축으로 한 재야 출신 특검팀으로 양분된 상태에서 수사방향, 대상, 방법 등 특검제의 근본문제를 둘러싸고 이견(異見)을 보이며 화해의 기미가 현재로선 전혀 없다는 점이다.

양쪽 주장의 요지를 보면 강특검은 기존 검찰을 굳이 자극하지 않는 다소 유연한 방법으로 밝힐건 분명히 밝히자는 말하자면 보수적 성향을 견지할 의도인 것 같다. 이에 반해 김형태 특검보 등 재야팀은 수사대상이 검찰, 특히 공안부이기 때문에 파견 검사가 공안부 수사를 맡는 것 자체가 잘못됐고 수사방법도 협조요청보다는 바로 압수수색 등의 강경방침으로 일관하자는 뜻임을 밝히고 있다. 물론 특검팀을 책임지고 있는 강특검의 입장에선 다소 유연하게 처리하자는게 전혀 무리한 주장도 아니다. 팀책임자로선 수사대상인 검찰을 초기부터 일일이 자극하며 진행하다보면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칠 우려도 있고 말썽만 계속 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조용히 수사의 내실을 기하겠다는 의도인 것도 나무랄 일만도 아니다. 그러나 강특검의 이같은 유연한 자세는 그가 대검 중수부 출신으로 자칫 검찰을 싸고 돈다는 오해을 받을 소지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더욱이 파견검사로 하여금 핵심인 검찰공안부 수사를 맡도록 한것까지 감안하면 검찰편들기라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이번 파업유도사건은 국정조사에선 얻은게 아무것도 없고 검찰이 특별검사까지 구성했으나 그 결과는 진형구 전(前)대검공안부장의 1인극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이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해서 그 진위를 밝히라는게 특검제의 도입 취지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검찰이 수사대상이고 더욱이 공안부 자체가 핵심이다. 그 핵심사안을 검찰에서 파견된 검사에게 맡긴건 누가봐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 또 특검팀답게 법 테두리내에서 필요한 수사대상은 압수수색도 하고 해서 국민들 눈에도 역시 기존검찰과는 뭔가 틀리는구나 하는 안도감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강특검이 그의 주장을 끝까지 고수했다가 그게 독선으로 비치고 결과까지 시원찮다면 특검제 무용론에다 비난의 화살은 몽땅 혼자서 감수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같은 취지에 맞게 특검운용방법을 고칠건 고치면서 국민들 여망에 부응해줄 것을 당부한다. 재야팀도 강경일변도로만 나갈게 아니라 일단 팀에 복귀해서 서로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 원만한 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양쪽의 중재도 특검을 추천한 변협이 나서서 하루빨리 정상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