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이 밝힌 이근안씨 도피행적

검찰은 4일 이씨의 도피생활을 행적 중심으로 △지방도피(88.12.24~89.1) △지방도피 및 단독은신(89.1~90.1) △단독은신(90.1~90.7.25) △가족과 동거(90.7.26~99.10.28) 등 크게 4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1개월여동안 지속된 1단계 도피기간중 우선 '급한 불을 꺼보겠다'는 심정으로 아내가 마련해 준 300만원을 들고 열차여행을 하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이씨는 이 과정에서 한 곳에 이틀이상 머물지 않는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그는 이후 자신 명의로 얻어놓았던 서울 일원동 공무원 임대아파트로 숨어들었다가 우연히 아파트를 찾았던 아내를 만났다.

그는 이 때부터 1년간 아파트에서 숨어지내며 아내가 수시로 건네준 30만~60만원의 용돈으로 7~10일씩 열차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3~4일씩 쉰 뒤 또다시 여행길에 오르는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여행과 아파트 은거를 반복하는 도피생활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판단한 이씨는 90년 1월부터 7개월간 아파트에 눌러앉음으로써 단독 은신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도 했다.

설거지를 할 때는 소리가 안나도록 수도꼭지에 행주를 감아 물을 흘려 받았고,물을 버릴 때도 싱크대 마개를 비스듬히 열어놓아 조금씩 흘러 내려가도록 했다.

아파트 1층에 살았던 그는 옆집이나 윗집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날 때에 맞춰 용변을 처리했다.

이씨는 90년 1월 아파트 은신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저술작업에 들어가 3차례 이사를 해 현 거주지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당뇨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98년 초까지 9년 남짓한 기간중 작가를 빰칠 정도로 많은 책을 남겼다.

미완성에 그친 '소년기의 6.25 동란'이란 소제목이 붙은 자서전을 제외하고도 그가 저술한 책은 성경, 외국어, 컴퓨터, 비디오, 침술 등 5개 분야에 총 39권에 달했다.

도피생활중 남긴 저술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유방통 등 각종 통증에 대한 치료법을 담은 '경혈자료집' 1권과 수치침 연구 3권 등 침술과 관련된 저술인데 이들저술은 그의 고문 경험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덕분에 이씨는 오랜 도피생활을 했지만 당뇨, 고혈압, 치아결손 등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실제로 검찰이 용두동 이씨 자택을 확인한 결과 도배지가 누렇게 변색돼 있었는데 이는 이씨가 허리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쑥뜸을 자주 떴기 때문으로 조사됐다.자택에 은신하는 동안 노출을 꺼려 외출을 삼가한 그는 건강 유지를 위해 수시로 맨손체조를 하거나 헬스기구로 운동을 했고 집에서 기르던 진돗개를 친구삼아 무료함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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