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패션 유통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패션몰의 등장으로 백화점과 재래시장으로 대별되는 의류유통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소비자들은 의류를 구입할 때 '불편하지만 가격 부담이 없는' 재래시장과 '편리하고 친절하지만 비싼' 백화점 중에서 선택했다. 또 양쪽의 특성이 명확해 망설일 일도 없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은 백화점식 시설과 재래시장의 가격을 조화시킨 패션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반면 백화점은 외환위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감소로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서문시장 등 재래시장도 가격 경쟁력 상실, 디자인.봉제부문 침체로 상권이 약화되고 있다.
패션 유통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대형 패션몰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특히 동대문시장의 성공적인 변신 이후 패션몰들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패션몰들은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틈새를 무서운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이미 젊은이들 사이에선 '옷을 사지 않더라도 그냥 가보고 싶은' 패션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역에서도 패션몰이 패션 유통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갤러리존이 지난 9월 영업에 들어간 데 이어 옛 한일극장 자리에는 밀라노존이 내년 11월 들어설 예정이다. 또 서문시장 인근에는 베네시움이 2001년 1월 개장을 준비중이고 전국 체인망 확보에 나선 서울 밀리오레도 부지를 물색중이다. 패션몰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소비의 합리성이 강조되면서 패션몰 붐은 열기를 더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패션몰의 등장에 따라 야시골목 등 중구 동성로 상권과 서문시장 등 재래시장에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대형 패션몰과의 경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기존 소매상들은 가격 인하, 서비스 개선 등 자구책 마련과 함께 신규 패션몰 입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성로상가번영회 관계자는 "패션 유통업체의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독자적인 패션몰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유통업태의 전형으로 부상하고 있는 패션몰의 등장으로 대구 패션 유통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상품의 거의 전부를 서울 등 외지에서 조달하고 있는 지역 패션산업의 낙후성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하청 생산으로 기능이 소멸되다시피한 디자인.봉제산업의 새 활로를 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게 하고 있다.
지역 쇼핑몰 관계자들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 자체 봉제공장 설립과 디자이너 발굴 등을 통해 대구를 단순 소비지에서 생산기지화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패션몰이 단순한 상거래의 현장이 아니라 디자인-생산-판매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 의류도매기능을 부활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몰의 활성화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밑받침이 될 수 있다"며 "동대문과 같은 산업집적 효과를 얻기 위해선 봉제공장 건립 지원 등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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