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서시대 사람들-히브리인들의 삶 구석구석 재현

고대 히브리인들의 생활과 풍속은 어떠했을까? 히브리인들은 일년중 삼분의 일은 일하지 않았다. 성전을 찾아 예배하거나 기도를 드리고, 전통을 깊게 하는 일에 시간을 할애했다. 우물가나 저수지에서 옷을 물에 담가 방망이로 두드려 세탁했고, 각 가정에서 간단한 염색을 했으며 음식은 집에서 만들어 먹었다. 목좋은 곳에 번창한 식당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왕정기 시대에 성숭배는 히브리사람들에게 널리 펴졌던 것으로 보이고, 성교후 부부는 정결례를 통해 정화해야 했으며 여자에게 '이혼증서'를 써줌으로써 이혼이 이루어졌다.

히브리인들의 이같은 삶을 밝힐 수 있는 단서는 구약성경이다. 성경에는 기원전 18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까지 1천600여년에 걸쳐 살았던 2천400여명의 이름과 가계, 그들의 역사까지도 상세하게 밝혀져 있다.

유대사상의 권위자이자 정평 높은 '성서'의 번역자로 널리 알려진 앙드레 슈라키가 쓴 '성서시대 사람들'(부키 펴냄)은 구약 성서의 인물인 모세의 인도에 따라 이집트에서 탈출한 뒤부터 바빌론에 의해 멸망되기 전까지 가나안 지방에 거주했던 히브리인들의 일상생활을 재현한 책이다. 유목민의 비밀스런 천막 안과 잠자리까지.

저자는 고고학.언어학적 발견을 통해 당시 히브리인들의 생활과 풍속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수많은 발굴터에서 작업하는 고고학자들은 히브리인들의 생생한 삶의 흔적을 발견해냈다. 히브리어, 아랍어, 페니키아어로 쓰여진 비명들과 모압의 왕 메사의 석비, 앗시리아와 바빌론의 수많은 비문, 신 바빌론제국의 연대기 등은 풍부한 자료를 제공해준다.

저자의 기술에 따르면 히브리인들의 모습은 성서의 예언자적 이미지와는 동 떨어진다. 히브리 남성들은 날씬하고 민첩하고 강건한 근육질이다. 시저의 '갈리아 전기'에 나오는 강건한 야만인인 게르만족을 연상케 한다. 어려운 노동을 통해 삭막한 대지를 일구고 살아야 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오늘날 보험업자들의 목록을 상기시킬만한 놀라운 문서도 보여준다. 이 문서는 인간의 삶을 다섯 기간으로 나눠 각 시기의 남녀를 다르게 감정, 인간의 값을 매겨놓았다. 20세부터 60세까지 남자는 50시클, 여자는 30시클로 분류했다. 또 책 중간중간 흥미로운 읽을거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성서에 등장하는 미녀의 기준이 어떤 것인지, 히브리 민족이 과연 야훼의 율법에 따라 정숙한 생활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히브리인들은 간통과 매춘.수간.동성애.근친상간.생리중인 여자와의 동침 등을 피임의 경우처럼 엄격하게 금지했다. '질외 사정'을 피임의 방법으로 보고 단죄하고 있음에도 성서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시행되어온 낙태술에 의한 의도적 낙태의 경우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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