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빈곤 1천만명 시대

하루 생계비 4달러 미만을 빈곤선으로 잡는 게 국제적인 관례다. 더 추락해 하루 1달러 선이면 그것은 절대빈곤층. 인류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성장을 보이고 있는 20세기의 막바지인 지금도 지구촌 13억 인구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 가고 있으며 28억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있다. 잘산다는 미국에서도 4명중 1명은 빈곤계층으로 분류될 지경이니 빈곤은 다음 세기의 가장 중요한 밀레니엄 테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참여연대를 통해 한국의 빈곤실태를 조사한 결과 빈곤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6년부터 올 1/4분기의 통계청 도시가계 조사자료에 근거한 결과다. 외환위기 이후 IMF 회오리가 우리사회에 또다른 빈곤정착화라는 규범을 만든 셈이다. 결국 외환위기 극복방식이 정리해고와 비용절감에 따른 경제성장까지는 들어 맞았다 해도 빈곤해결에서는 엄청난 벽에 부딪힌 꼴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는 우리속담이 똑 맞아 떨어지는 시대다. 물론 빈곤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우리의 하루 생계비가 4달러 든다면 인도네시아에선 1달러, 태국에서는 2달러로도 충분 할 수 있다.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최근의 빠른 경기회복 혜택이 계층별 비대칭적 작용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는 말이다. 빈곤정책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위정자들의 사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경제가 빈곤을 줄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유한 소수는 가난한 다수와의 연대를 결코 호락호락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다. 우리의 빈곤율이 지난 97년 14.4%에서 지난해에는 17.2%로 급비상한 것도 고르지 못한 시장경제로 사회적인 분배의 악화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올 1분기의 상위 20% 소득계층 평균소득은 9.2%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3.3% 감소한 결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빈곤은 집단적인 체념과 개인적인 야심을 불러 일으켜 정치적 회의주의와 개인적 냉소주의를 부른다고 경고한다. 특히 그는 시간이 더 흐르면 "빈곤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혁명적인 위협요소도 갖는다"고 갈파하고 있다. 한 쪽 귀로 듣고 흘릴 말은 아닌 것 같다.

김 채 한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