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와 부산의 시민들은 낙동강 물의 이용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민과 언론은 대구가 주장하는 낙동강 사용방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부산의 시민과 언론은 대구의 의견에 이의를 달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오염되어 있는 낙동강에 오염의 염려가 있는, 더 이상의 새로운 계획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상류와 하류 사이의 이와같은 의견대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있었다. 이러한 논쟁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깨워 준다는 점에서 그나마 유익하다. 어느 한쪽에서 환경을 지켜야 하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강조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후진국 경우 정작 환경을 빗대어 문제를 해결하고 난 다음에는 환경보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통례였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 높아졌다고 해서 사태를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없을 때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무관심하다. 예를 들어 남극의 오존층이 파괴되어 호주의 국민들이 피부암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아일랜드 국민들은 남극의 오존층 파괴가 자신들과는 아무 관계없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그 보도 자체가 과장되거나 허위일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는 환경을 자신의 이익과 관련하여 인식한다. 다시 말해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환경의 파괴는 어느 정도 진행되어도 좋다는 의견을 누구나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예를 들어보자. 서해안의 개펄이 엄청나게 파괴되었고 또 파괴되고 있지만 언론과 국민들은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펄을 보존해야겠다는 사람들 중에는 급한 나머지 펄을 그대로 두었을 때와 농토로 개발되었을 때의 경제적 수익의 크기를 비교해 펄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그러한 단순한 주장을 넘어서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로 환경문제에 접근하지 못한다. 경제적 손익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쌀값이 금값이 되더라도 간척은 항상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환경은 무엇일까? 내 생각에 환경은 팬티에서부터 시작된다. 팬티가 확산되면 내복이 되고 겉옷이 된다. 옷을 넘어서면 방과 집이 우리의 환경이고 집 앞의 뜰 역시 우리의 환경이다. 이렇게 환경이 넓어지면서 어느 경계선에서 우리는 자신의 환경을 중지시킨다. 그 저변에는 아마도 자본주의의 사유재산의 개념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자동차 창문 밖으로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던지고 고속도로 주변에 깡통과 유리병을 던지는 사람들은 자동차 안은 내 집이지만 그밖은 내 집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 밖도 내 집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모든 곳이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사회가 진정한 공동체라는 것을 몸으로 느껴야 하고, 또한 우리 모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같은 사이라는 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와 주변에 대한 불신이 없어져야만 우리는 길과 산과 들 그리고 바다의 물 속까지도 우리의 공동의 재산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에어컨의 냉매로 인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오존층까지 우리의 집이 될 수 있고 팬티의 연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층을 우리의 공동재산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일은 지금 우리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공기와 물, 산과 들이 우리 모두의 공동의 재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될까?
내 생각에 교육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듯이 보인다. 유치원에서부터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지구가 환경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종교 역시 인간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넘어서 자연을 사랑하라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소와 돼지를 잡아먹고 살지만 그래도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아껴야 할 우리의 몸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음악학
댓글 많은 뉴스
尹, '부정선거 의혹' 제기 모스 탄 만남 불발… 특검 "접견금지"
李 대통령 "돈은 마귀, 절대 넘어가지마…난 치열히 관리" 예비공무원들에 조언
윤희숙 혁신위원장 "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 거취 밝혀야"
정동영 "북한은 우리의 '주적' 아닌 '위협'"
尹 강제구인 불발…특검 "수용실 나가기 거부, 내일 오후 재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