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2년 우린 어디에 서 있나-(2)금융구조조정

외환위기 직후 우리 경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표본으로 낙인찍혔다. 금융부문도 정부와 IMF로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부실'의 꼬리표를 달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지역에선 대동은행·대구종금·경일종금이 간판을 내렸다. 살아남은 지역 금융기관도 숨만 붙은 상태였다. 대구은행은 30년동안 번 것을 한꺼번에 몽땅 까먹었다.

올해는 신협과 신용금고 등 제2 금융권이 집중적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부실채권 누적으로 인한 경영악화로 줄줄이 퇴출 및 합병대상이 됐다. 전국적으로 189개의 신협이 합병·파산·해산절차를 밟았고(26개 조합은 경영지도중) 43개의 신용금고가 매각·합병되거나 가교금고로 이전됐다. 지역에선 신협 54개, 새마을금고 59개, 농수축협 24개가 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았다. 지역 생보사 조선생명도 대주주인 갑을그룹이 거액대출을 받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버려 오는 12월 합병될 처지다. 지난해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은 금융기관들은 올들어 대우문제로 다시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대우에 물린 부실여신 규모가 천문학적 수치여서 몇몇 투신과 은행은 정부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해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64조원을 조성, 올해 9월말까지 55조2천억원을 투입한 정부는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2차 금융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다행히 대구은행을 비롯 삼성투신, 영남종금 등 지역 금융기관들은 대우 여신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안심할 형편은 못된다. 은행들은 대우여신 및 미래상환능력을 감안한 신자산건전성 분류기준(FLC)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추가적립해야 한다. 대구은행이 1천억원 증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금융시장 역시 안정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자동차부품·섬유 등에서 경기회복이 감지되고 있으나 지역 경제의 한 축인 건설경기는 아직도 '냉골'인 탓이다. 게다가 지난해 대동은행과 대구·경일종금이 퇴출된데 이어 올해도 지역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이 줄줄이 문을 닫아 지역 중소기업과 가계는 금융이용에 불편을 겪고있다. 특히 대동은행을 인수한 국민은행은 대동은행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대동은행과 거래하던 상당수 지역기업들은 "소매금융 중심인 국민은행의 여신관행에 적응못하겠다"며 거래은행을 옮기고 있다 한다.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금융구조조정은 여전히 미흡하다. 공적자금 투입이 부실 금융기관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응급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여신심사제도 도입 등 선진 금융기법 도입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담보를 잡고 대출해주는 후진적 '전당포식 영업'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금융구조조정이 지나치게 공적자금에 의존, '신관치 금융'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우사태 처리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를 여러번 취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대구지점 김시환 조사과장은 "BIS비율을 높인다고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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