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자민련 박세직(朴世直) 의원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박 의원은 89년 6월 사건 당시 안기부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직접 서 의원으로부터 자수의사를 전달받은 장본인으로,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가 서 의원 밀입북 사실을 사전에 당국에 알렸는지의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선 어떤식으로든 '증언'이 필요한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평민당 원내총무였던 국민회의 김원기 고문은 14일 "당시 이길재 의원으로부터 서 의원의 방북사실을 전해듣고 김대중 총재에게 보고했으며 이에 김 총재는 즉각 자수시키도록 지시해, 서 의원과 함께 박세직 안기부장공관을 찾아가 자수시켰다"고 말했다.
김 고문의 얘기대로라면 김 대통령의 불고지는 사실이 아니며, 따라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으로서는 명확한 진상규명을 위해 박세직 의원이 당시 상황을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여권이 일부러 규명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상 이번 기회에 김 대통령에게 씌어졌던 '불고지죄' 및 '1만달러 수수설'이 당시 정권의 '김대중 죽이기'의 일환이었음을 명확히 하고 넘어가자는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핵심 당사자인 박세직 의원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기자들과의 접촉도 피한채 측근을 통해 "지금 시점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기 어렵다"면서 "89년 7월 안기부장을 그만뒀기 때문에 수사상황을 끝까지 지켜보지 못했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당시 지휘라인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사건이 있은 직후인 89년 7월 안기부장에서 물러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라면서 "뭔가 할 말이 있겠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도 "박 의원은 정보기관 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당시 직무와 관련된 일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과 함께 6공 인맥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함구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박 의원은 14일 지역구인 구미에서 열린 체육대회를 참관하던 중 모처와 통화를 한 뒤 급히 서울로 올라와 여권 관계자들 및 6공 핵심인사들과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그가 여권 요로에는 자신이 당시 서 의원 처리과정에서 '온건론'을 개진했었다고 석명했으나 자신의 발언이 오히려 파문을 확산시킬 것을 우려해 공개적인 발언은 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한나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바꾼 박 의원은 현재 월드컵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지역구의 '반여정서' 등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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