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패션몰 등장은 타당성 시비가 많았던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패션몰 변수를 밸리사업에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것이다.
밸리사업은 패션몰 붐 이전에 입안됐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연구조사가 축적된 바탕에서 구체화된 밀라노 프로젝트내 여타 사업과는 달리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급조된 사업이다.
대구 동구 봉무동 일대에 30만평 규모의 세계적인 섬유·패션관련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은 프로젝트를 계획, 확정한 지난해 4~9월 이전에는 논의된 적이 없었다. 졸속입안된 이 사업에 패션몰이란 상황변동까지 겹쳤으니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주체인 대구시는 그러나 의외로 태연하다. 밸리사업에 관한 한 확정된 것은 현재 아무것도 없으므로 용역업체의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밸리사업은 패션몰과는 지향점이 다른 데다 패션몰이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므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시 관계자는 "가두 소매점-백화점-도심 패션몰로 이어지는 유통형태의 다음 발전단계가 문화·스포츠·비즈니스 기능까지 갖춘 외곽지 유통단지"라며 "패션몰 등장으로 밸리사업의 하부가 튼튼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시 자세는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밸리사업은 프로젝트의 핵심이며 얼굴격이다. 외부 용역업체에 맡겨놓고 뒷전으로 물러나려는 것은 무책임하다.
밸리사업 주체로서 시는 용역업체를 선정할 때 특정 소주제에 대한 중점연구를 요구할 수 있다. 최근의 급변하는 유통환경을 외면하고 과거 구상했던 기본틀을 고집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특히 중점공략 계층과 주요 가격대, 도·소매 비중, 교통, 유인책 등에 대한 집중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패션몰과의 역할분담, 분업체계도 새로 연구해야 한다.
패션몰은 10, 20대를 대상으로 소매에 치중하는 곳이다. 서울 동대문시장은 이같은 신흥 소매상권 외에 현대식 도매상권도 갖추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접근하기도 쉽다. 동대문시장 하루 유동인구는 20만~30만명이나 된다.
이에 반해 밸리는 어느 계층을 주고객으로 삼을 것인지, 도·소매 비중을 어떻게 배정할 것인지, 고객을 얼마나 또 어떻게 모아야 될지 애매하다.
패션몰이 밸리사업을 도울 것이란 기대도 패션몰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패션몰이 번창할수록 밸리사업 민자 856억원 동원이 어렵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 박준경박사는 "패션몰과 밸리사업은 민자출연을 놓고 초기단계에는 경쟁관계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밸리사업은 고위험, 고수익 정책이다. 그러나 추진할 것이라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공감대와 참여 분위기가 지역에 형성되지 못한 것은 시의 중대한 실책이다. 패션몰 붐을 밸리 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시의 정책이 아쉽다.
李相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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