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다르고 달이 다르게 주변으로 밀려나거나 숫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인문학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커지며 빈번하다. 이런 목청은 직장을 잃게된 인문계 교수들만의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들의 영토를 상대적으로 넓히고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받는 자연계나 직업계열의 교수들 조차도 심심치 않게 같은 소리를 한다. 언론계나 사업계나 관계나 정계에서도 종종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정말 중요한가? 중요하다면 어째서이며, 어떤 수준에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인문학은 학문적 큰 분류개념이며, 철학 문학 역사 덧붙여 예술 그리고 어학 등을 이 범주에 귀속시키는 것이 전통적 관례이다.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철학자들의 텍스트 특히 고전들을 읽고 그 논증을 분석하거나 그러한 종류의 텍스트를 생산하는 작업이며, 문학은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의 텍스트 특히 고전 텍스트들을 읽고 분석하고 해석하고 감상하고 평가하는 활동이다. 역사는 인간의 삶의 흔적을 기록한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여 지금까지와는 다른 설명과 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인문학의 일부로서의 예술은 여러가지 양식의 예술작품의 의미해석과 그것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활동이며, 어학은 모국어이해와 구사능력을 한층 더 깊이하거나 외국어를 새롭게 습득하고 구사능력을 닦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의 공통된 특징은 여러가지 기호를 총칭하는 넓은 뜻으로의 언어와 관계되며, 그 연구대상과 생산의 목적이 철학이나 문학의 경우와 같이 자연언어로 됐든지, 예술작품의 경우와 같이 비자연언어로 됐든지 언제나 의미해석을 전제하는 텍스트와 뗄 수 없다는 데 있다.
이같은 텍스트들은 인간의 사유와 논리,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기쁨, 도덕적 드라마, 미학적 감동 등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인문학적 텍스트는 생물학적이 아니라 실존적 인간을 반영한다. 바로 여기에 인문학이 자연현상의 객관적 이치를 설명하는 자연과학과 자연현상의 원리를 활용하여 어떤 정해진 목적달성의 수단으로서 조작하여 재구성하는 과학기술공학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인간을 떠난 과학과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서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해도 의미가 없다. 과학과 과학기술 자체도 인간이 어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안해낸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궁극적으로는 가치의 관점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가치의 설정은 모든 것에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학은 실존적 인간을 이해하고, 가치를 설정하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과학은 가치중립적이다. 이와 반해서 인문학은 보다 섬세한 감수성과 보다 예리하고 투명한 지성으로 인간의 세계에 접하게 하고, 인간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가장 포괄적이고 깊으면서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장소, 계기와 기회를 제공한다. 인문학은 인간, 인생, 가치, 인생의 의미 등에 대한 주관적 감상과 명상의 소재이며 장소이며 기회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인문학과 인문교육은 모든 대학의 모든 학생들만 아니라 이상적으로 볼 때 모든 인간에게 필수적인 교양과목이며 교양교육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텍스트는 교양적 차원을 훨씬 넘어 극히 전문적 연구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연구는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할 사회적 과제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틀에서 볼 때 이러한 인문학 연구는 전문적 과학과 기술교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극히 소수의 대학원에서 제한적으로 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다. 오늘의 문명사적 현실에 비추어볼 때 무조건 그리고 막연히 전문적 인문학 연구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이나 당장 상품이 되지 않는다해서 인문과목을 대학과목에서 삭제하려는 태도는 똑같이 어리석다. 대학, 정부, 사회는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인문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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