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피아-노동/복지

의보통합 논란이 찬.반 단체간의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2일 정부가 준비미비와 여론의 반대 등을 이유로 의보통합 시행을 내년 1월1일에서 6개월 연기하기로 했지만 사회보험으로서 '의료보험'의 발전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 그러나 찬.반단체들은 이성적 논의와 합리적 대안마련 등 발전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 '중상모략'과 '비방'으로 자신들의 주장.이론만 내세우는 소모적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비생산적 의보통합 논쟁의 전개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갈등증폭배경의보통합을 주장해온 건강연대와 참여연대가 지난 7일 530여만명에 달하는 '의보통합 반대서명'의 상당수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의보통합 연기를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부터 찬.반 양측의 갈등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건강연대 등은 무작위 추출한 '의보통합반대 서명지' 1천장(1만9천283명)중 928명을 대상으로 전화확인을 한 결과 '서명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4%에 불과하고 '서명한 적이 없다'는 대답이 57.3%에 이른다며 한국노총 등 사회보험대책회의 '서명조작의혹'을 제기했다. 또 백골서명, 소아서명, 중복서명 등 허위서명 유형을 공개했다.

이에대해 사회보험대책회의측은 표본추출의 객관성이 없는데다 서명자의 전화번호와 본인여부를 확인한뒤 서명했는 지를 물었기 때문에 응답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사회보험대책회의는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사람들에게 전화로 확인했을 때 26.4%만이 서명했다고 응답한 것'을 '26.4%만이 서명했다로 왜곡시켰다며 건강연대의 주장을 반박했다.

▲갈등전개양상고발과 맞고발, 비방 성명전으로 대립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건강연대는 서명조작의혹을 제기한 직후 의보통합을 앞장서 반대해온 직장의보노조를 '의보통합 방해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직장의보노조가 의보통합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조직적으로 거부하고 '실무전담반'에 파견된 직원들을 임의로 철수시키는 등 불법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

한국노총과 직장의보 노조는 이에대해 명예훼손으로 맞고발을 검토하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선언하고 있다. 또 건강연대의 '서명조작의혹'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언론사에서 대규모 항의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한편 건강연대 및 사회보험대책회의 산하 단체들은 매일 서로를 비방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문제점지금의 의보통합 찬.반논쟁은 '내 주장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이 팽배해 있다. 최근 의보통합을 주장하는 칼럼을 실은 원석조 교수(원광대 사회복지학과)와 가족들이 협박과 욕설에 시달리는 일이 생겼다. 의보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김종대 경산대 교수(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역시 온갖 압력과 협박에 고통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여론몰이나 감정적 대결로 의료보험 정책의 기본방향을 결정하려는 것은 너무나 위험스럽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의료보험의 '통합' 또는 '조합방식 유지발전' 여부는 우리사회 복지정책의 커다른 분수령이다. 따라서 의보통합은 소수의 집단이기주의적 자기주장을 떠나 이론적 논의와 더불어 현실적합성 차원의 실천적 측면까지 꼼꼼히 검토되고 보완되는 여론수렴과정이 필요하다. 의보통합 찬.반양측은 성명전 대신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국민복지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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