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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춘문예출신 여성시인 동인지 '시.열림' 창간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 여성시인들의 모임인 '시.열림'동인이 동인지 창간호를 그루출판사에서 펴냈다.

동인은 맏언니격인 강문숙(44.91년 당선)씨를 비롯 이혜자(28.95년), 김현옥(36.97년), 문채인(36.98년), 배영옥(33.99년)씨 등 모두 5명. 저마다 개성있고 치열한 작품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시인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첫 시집에서 느껴지는 중량감이 만만찮다. 혹여 거칠지도 모를 베이지만 저마다의 무늬와 질감으로 짠 '정치한 작품'들이 이번 시집에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햇살이 유난히/ 그 쪽으로만 발을 빠뜨리길래/ 눈 비비고 보니,/ 저희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아롱다롱 몸 굴리며/ 새봄 길 트는 연습을 하고 있지 않겠니'('망개열매'에서)

병고를 겪으면서도 시를 향한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고 있는 강문숙씨는 한 그루 회양목에서 비린 삶의 냄새를 맡거나 둥그런 아버지의 미소를 떠올리기도 하고, 겨울 햇살에 조그만 눈을 반짝이는 까만 망개 열매처럼 삶과 시를 향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혜자씨는 '내가 뚫어지게 보았던 여자' 등을 실었고, 김현옥씨의 '검은 고요', 문채인씨의 '여게가 도솔천인가', 배영옥씨의 'Off' 등 각 12편씩 거듭 다듬은 선명한 이미지의 신작들이 담겨 있다.

'시는 우리를 열리게 하고, 열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이자 은밀한 길이었다'는 고백에서 이들의 시에 대한 무게중심이 어떠한지 읽어낼 수 있다. 시인 이태수씨는 발문에서 "시.열림동인의 출발은 대구 여성시의 잠재력을 첨예하게 떠올리는 하나의 '열림'(맺힘)이면서, 새로운 시의 지평에 도전하는 발랄한 '열림'(트임)"이라고 평가했다.

시.열림동인은 창간사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 세상이 풍성하고 아름다운 시의 열매로 가득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동인지는 신춘문예 공모시즌에 나와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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