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엔 러닝 타임이 없다. 고무줄 처럼 10분 20분 줄었다 늘었다 하는 것이 예사.그러나 1시간 30분짜리 연극이 30분 만에 끝나는 경우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사고'. 그런데 의외로 그런 일이 왕왕 있다.
서머싯 몸 원작 '정복되지 않는 여자' 서울 공연중 생긴 일. '정복…'는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한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 독일군에 겁탈당해 애를 낳은 프랑스 여인이 애를 강물에 빠트려 죽인다는 줄거리로 전체 4막으로 구성돼 있다.
1막 후반부에 등장한 독일군, 프랑스 여인에게 대사를 던진다. "애를 강물에 처박아 죽이다니. 그래도 당신이…"
막 뒤의 연출자는 아연 실색한다. 1막에서 4막으로 바로 넘어가 버린 것. 겁탈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애를 낳고 죽여 버린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연극이 끝난 후 독일군역을 한 연기자는 연출자에게 엄청 맞았다고 한다. "어쩐지 대사가 잘 풀리더라니…"
문제는 관객들. 설마 30분만에 끝나는 연극이 있을까. 사고를 상상도 못한 관객들은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연출자는 "교통사고 때문이었다"고 둘러대고 다시 한번 더 공연했다.
원인은 1막과 4막의 대사가 비슷해 연기자가 착각한 것이다.
이런 일은 지난 93년 열린공간 Q 개관 기념공연인 '칠수와 만수'에서도 있었다. 철탑 위에서 대치중에 3번 가량 반복되는 경찰의 대사가 있었다. "장칠수씨! 박만수씨! 도대체 요구하는 것이 뭡니까?"
주의해서 대사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실수가 연발했고 연극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했다.
스태프, 기획, 연기 등 1인 다역이 빚어낸 피할 수 없는 혼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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