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여명이 다가온다-대구(2) 침체경제 탈출

경제인 ㄱ씨는 얼마전 한 모임에서 대구경제의 문제점은 '상대적 정체성과 보수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규모가 3대도시라는 대구의 명성과 도시규모에 걸맞지 않다. 인구는 연내 인천에 뒤지게 되고 경제력 빈곤으로 자꾸 빚만 내 쓰다보니 대구시재정이 빚더미위에 올라앉았다"고 말했다.

또 "타지역은 대규모 공단조성, 산업구조 고도화 등으로 80년대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대구는 그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해 추락할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수성의 여파로 제때 변신을 못해 대구경제가 제자리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역 섬유인들은 타 산업과 함께 발전해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도외시해 산업발전을 정체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권창출지의 자부심만 갖고 현실에 안주하다보니 정체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력을 끼지 않고는 제대로 클 수 없는 건설·주택업이 타지역보다 훨씬 발달했고 외부자금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이들 기업들이 환경이 바뀌면서 몰락하게 되는 현실 또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

70년대만해도 대구의 섬유공업은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급속도의 공업화가 진행된 구미, 포항, 울산 등 주변지역과 조금씩 격차가 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이후에는 공장용지 부족과 지가상승으로 인해 지역 제조업체들의 역외이전이 가속화됐다. 주종산업인 섬유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대체산업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대구의 경제 위상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구미의 1/3 수준인 수출액, 0.6%에 불과한 대기업 비중, 전국평균의 60% 수준에 그친 지역제조업 1인당 생산액, 90년 이후 한번도 벗어나 보지 못한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꼴찌 등 경제지표들이 대구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이러한 실상의 이면에는 제조업구조가 단순 가공형의 섬유제품제조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 위주로 짜여있는 반면 전자, 첨단기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이 너무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소비성 서비스산업 비중이 높고 비경제활동 인구가 많은 것도 한 몫 했다.

지역내 총생산의 75.5%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서비스산업은 소비지향적 업종에 몰려 있다. 반면 금융 및 보험, 무역, 정보, 통신 등 건전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분야는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장용지가 부족하고 국가공단도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현재의 대구를 있게 했다.

새 천년의 국제사회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지구촌 경제시대를 열 전망이다. 무역 등에서 국제기준이 제정되고 국제 금융거래가 늘어나며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등 경제지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삶의 주요 수단중 하나가 되고 지식기반산업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국내여건도 남북교류가 확대되는 한편 지방자치와 분권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세계 흐름에 맞춰 대구시는 최근 중장기 지역개발계획의 틀을 새로 짜 2000년~ 2004년의 지역산업진흥계획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섬유·패션산업과 기계·금속산업, 유통물류산업, 정보·통신산업, 컨벤션·비즈니스산업 등 5대 중점산업 육성계획을 담았다. 이중 컨벤션·비즈니스산업은 이번에 새로 포함됐다. 나머지는 95년 발표한 대구경제활성화계획을 조금 수정한 것이다.

대구시는 이 계획에서 성서~위천~구지~달성단지에 생산·기술기능을 배치, 청정첨단산업단지와 외국인투자자유지역을 조성하기로 했다. 창업·개발기능은 대구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테크노빌딩과 테크노타운을 조성, 수성구 일원에 배치시킨다는 계획이다. 정보·집산기능은 동대구역세권과 검단동 물류단지, 종합유통단지, 북부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육성키로 했다. 교육·훈련기능은 계명대의 섬유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성서과학산업단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염색기술연구소, 섬유대학 등을 거점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의 계획은 계획에 그칠 뿐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와 막대한 재원마련 등 방법론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이 안타까워 하는 것도 방법론 부재의 현실이다.

얼마전 대구시민들을 상대로 대구경제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묻는 한 민간단체의 설문조사에서 25.5%의 응답자가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밀라노 프로젝트 22.8%, 종합물류단지 조성 18.7%, 테크노파크 조성 11.6% 순으로 꼽았다. 시민들에게는 지역갈등문제로 표류되고 있는 위천단지문제가 그만큼 절박하게 인식됐던 것이다. 지역 산업구조의 개선 및 고도화를 위해 위천국가산업단지는 조기 지정돼야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높다.

이같은 시민 여론에 대해 배광식대구시경제산업국장은 "내륙도시의 최대 약점인 산업인프라 확충이 최대 과제며 대기업 유치 등을 위한 시민의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후방 연관효과와 고용창출효과가 큰 대기업 유치는 대구시와 지역경제계가 발벗고 나서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유치시 고용보조금, 직업훈련보조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지만 특혜시비를 낳을 수 있어 지역민들의 의식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빅딜과 대우사태로 대구지역 자동차 산업 육성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지역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자동차산업 벨트조성도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일부전문가들은 구지산업단지에 자동차부품공급업체, 자동차기술연구소, 자동차전시관 등을 갖춘 자동차전문산업단지 개발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대구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은 지역경제 회복의 대전제라 할 수 있다. 섬유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높고 기술과 자본이 결합할 경우 고부가가치제품을 창출할 수 있는 성장유망 산업이기 때문이다.

테크노파크의 창업보육기능을 강화해 반도체, 전자, 통신, 생명공학 등 첨단산업과 벤처기업을 중점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도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다. 대구대 이재규교수는 "지역에 산재한 산업기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타 지역 또는 국외와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지역 인적자원, 포항의 소재산업, 대구와 구미지역 시스템산업의 유기적 연결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기업의 연구개발기능 및 본사기능을 생산 중심지로 이전, 생산밀착형 연구개발 추진체계를 구축해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의병대구상의기획조사부장은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를 앞당기고 지방산업단지의 신규조성, 물류단지 건설, 정보 인프라 구축 등 산업기반을 보다 광역권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물적, 인적 생산기지였던 대구가 다가오는 세기에는 정보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부가가치 집약산업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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