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비무장지대서도 고엽제 충격

주한(駐韓)미군이 60년대 후반 비무장지대에서 고엽제를 대량 살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미군은 68~69년 당시 비무장지대 155마일 전역에서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치명적인 독극물인 '에이전트 오렌지' 등 고엽제 2만1천갤런(315드럼)을 집중 살포한 사실이 최근 공개된 주한 미군의 보고서에서 드러남으로써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이어 또한번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주지하다시피 고엽제는 다이옥신과 비소를 함유한 치명적인 극독물이다. 단 1g을 살포해도 성인 2만여명이 살상당할만큼 독성이 강하다. 그런데도 미군은 고엽제 살포당시 어떠한 주의지침이나 사전 교육 없이 단순히 '식물통제계획68'이란 작전명으로 한국군을 투입, 살포했다는 것이다.

고엽제의 실상을 모르는 한국군 장병들은 단순히 제초제를 뿌리는 정도로만 알고 방독면은 커녕 장갑이나 마스크조차 착용치 않고 '살포 작전'에 참여했다니 어찌 이럴수가 있는가.

더구나 미군2사단 주둔 지역조차 자기네 병력은 아껴두고 연대 규모의 '한국군 98전투단'을 투입, 고엽제를 살포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과연 미국이우리의 우방인가'하는 의문을 되씹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베트남 이외의 어떤 지역에도 고엽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온 미국 정부인만큼 6.25전쟁 당시 발생한 노근리 양민학살사건과 함께 이번 고엽제 살포문제가 미군의 도덕성에 다시 한번 먹칠을 할것임은 분명하다.

68년 당시는 북괴의 도발이 극심했던만큼 고엽제를 살포, 시계 청소를 해서라도 북괴군의 침투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는 당시 한.미연합군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수칙조차 교육하지 않고 연인원 7만명의 한국군 장병을 집단 투입, 독극물속에 그대로 방치하면서 자기네들은 실제 작업에 참여조차 않은 처사야말로 '인종 편견'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게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한.미 양국정부는 즉시 진상조사단을 구성,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한편 피해보상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것만이 최근 우리사회 일각에 팽배하고 있는 '미국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에 대한 최상의 해답이라 생각된다.

이와함께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2세 자녀의 질병을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정하는 관련법안을 국회에서 개정하는 문제도 검토돼야할 것임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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