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추운가. 매년 수능시험날이면 찾아오는 추위인데도 올해는 유난히 더 추워 보인다. 시험일을 하루 앞두고 그래도 최선을 다 하는 수험생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까지 진학지도는 손 놓고 있어 더욱 그렇다. 모두가 어른들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덕중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월16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수험생들이 별도의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수능시험은 계속 쉽게 내고 많은 대학이 수능성적을 최소 지원자격으로 활용토록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손발 안맞는 교육 정책
만점자가 쏟아질 정도로 수능문제를 쉽게 내겠다는 장관의 얘기가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공부를 않자 박도순 한국 교육과정 평가원장은 지난 11월초 언론 인터뷰에서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리탐구1 영역을 조금 쉽게 낼 뿐 나머지 영역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지금보다 더 쉽게 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럴바에야 수능을 입시에 활용 않는것이 낫다고 까지 말해 이번 수능시험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장관은 '쉽게 내겠다'고 하고 실무자는 '그게 아니오' 하니 학생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 대학별로 순위에 따라 신입생을 뽑는 입시제도가 있는한 어떤 식으로든 수험생들을 줄 세우기 할 수밖에 없다.
2002학년도부터 특기 적성에 의한 특별전형을 대폭 확대, 사실상 무시험제도로 간다 하지만 줄을 세운다는 데는 변함 없다. 줄을 세운다는 것은 순위를 따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엄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입시 객관적 기준 있어야
그 기준은 수험생이나 학부모 교사 등이 항의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가령 서울대 법학부가 올해처럼 정시모집에서 200명을 뽑고 수능성적 360점 이상으로 지원자격을 정했다고 하자. 지난해 성적으로 본다면 전국 인문계열만 해도 1만명이 이 기준에 들어간다. 극단적으로 이들 모두 서울대 법학부에 지원한다면 1만명 가운데 200명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특기와 적성, 소질을 기준으로 뽑는다면 떨어진 9천800명 모두 그 기준이란 것에 승복 하지 않을 것이다. 현행 대입시 전형에서 그래도 객관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수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 뿐이다.
벌써 특별전형기준에서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을 뽑는 대학, 체능적성자선발, 고령자, 공무원재직자특채 등에 대해 기준이 애매모호 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두르지 말고 풀어가야
객관적인 기준부터 마련해 놓고 수능 반영비율을 낮춰야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또 수능시험의 반영비율이 단 10% 된다 해도 수능의 중요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수능 이외 90%의 전형요소는 현재로서는 거의 변별력이 없어 결국 수능 10%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수능 1점을 더 보태기 위해 고액 과외는 여전할 것이고 특기교육까지 덤터기를 써 과외교육비는 되레 더 늘 수밖에 없다.
과열입시 방지와 사교육비를 절감하자는 교육부의 취지는 옳다. 그러나 현실이 뒤따르지 못하고 여건이 안돼 있는데도 목표에만 집착한 결과가 지금같은 혼란을 불러 온것이다. 교육정책이 한번 잘못되면 나라 장래가 위태롭다. 교육정책만은 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야 수능시험날 수험생들의 체감추위도 덜게 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