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엽제 살포 미군 보고서

주한미군이 지난 68년 작성, 미국 화생방 사령부에 보낸 '식물통제계획 1968년'이라는 보고서는 한미 합동으로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 이남 지역에 고엽제를 집중 살포했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고 있다.

다음은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

"1967년초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DMZ 지역의 우거진 수풀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그 일환으로 일부 지역에 고엽제(herbicides)를 시험적으로 사용했다. 이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나중에 DMZ 남방한계선과 민통선 사이지역에 전면적 살포계획이 준비됐다. 한국에서 고엽제를 시험사용한 계획은 미 국무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승인한 것이다. 1967년 9월 미 국무부는 한국정부와 이 계획을 논의할 것을 승인했고 이런 논의과정을 거쳐 67년 9월20일 한국국무총리가 이 계획을 허락했고, 한국정부로부터 고엽제 시험사용을 승인받았다.

1968년 3월31일 미 8군사령관은 '식물통제계획 1968년'을 68년 4월15일 이전에 본격 실행하도록 지시했다. 살포는 68년 4월15일 고엽제인 모뉴론을 우선 순위 1급지역에 뿌리면서 시작됐다. 살포방법은 살포지역을 여러 길로 나눈 다음 군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따라 손으로 살포하거나 미리 표시된 5m쯤 되는 길을 따라 손으로 살포하거나, 기계를 이용해 뿌리면 됐다. 모뉴론을 살포하는 군인들에게 추가분이 계속 공급됐다.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와 에이전트 블루의 살포는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68년 5월중순부터 시작됐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3갤론과 경유 50갤런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도록 돼있다. 에이전트 블루는 3갤론과 물 50갤론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에이전트 블루가 살포된 지역은 대부분 도로 주변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고엽제를 살포할 때 헝겊 마스크나 장갑을 사용하고 살포한 뒤 바로 물로 씻어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한국 육군 1군 화학장교는 이번 계획을 전체적으로 감독했고, 군단과 사단 화학장교는 연대 화학장교와 함께 고엽제 작업을 직접 감독했다. 한국군이 고엽제를 살포할 때마다 미 군사고문단 소속 대표가 기술지원과 지도를 위해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미 8군 사령부는 지침을 내렸다. 미 2사단 지역에서 고엽제 살포는 한국군 98전투연대가 수행했다.

68년 1월12일 한국 국방부 보도자료에는 DMZ에서 고엽제를 살포하려는 한국정부의 의도가 공개적으로 나타나 있다. 비록 유엔군이 살포를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이보도자료는 한국군과 북한군, 제3국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고엽제 살포부대는 북한군 초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위장술과 암호를 사용했다. 모뉴론을 '옥수수'로, 에이전트 블루를 '쌀'로, 에이전트 오렌지를 '콩'으로 부르면서 농작물을 심고 있다는 인상을 주도록 했다.

살포 범위는 당초 계획은 총 2만4천115에이커였지만 공급된 고엽제의 양 등으로 모두 1만8천150에이커 정도만 살포됐다.

한국에서 사용된 고엽제는 이미 미군에서는 20년전부터 사용됐고, 미군 생물학연구소에서 대규모로 사용할 수 있게 허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 고엽제는 베트남에서 6년동안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결국 베트남 고엽제 작전 기록과 한국에서의 현장실험 결과, 미군 생물학연구소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블루, 모뉴론 등과 같은 고엽제가 한국에서 사용되기로 결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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