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람됨의 공부

한 때, 시험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시절도 이제는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또다시 입시철이 되었다. 얼마나 극성스러웠기에 '제 자식 제일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고 무엇을 위해 공부 잘 하는 일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것일까?

지식만 많이 축적한다고 해서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배움의 목적이 자신의 이기적 욕구충족을 위하는 것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거기에다 거짓을 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재주까지 갖춘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자치통감'에는 지식은 많이 가졌으나 덕이 없는 선비를 주인을 무는 개에 비유하면서,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배우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낫다고 하였다. 그러기에 선인들은 자신의 덕성을 쌓는 공부를 으뜸으로 삼았다.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단아한 품성을 기르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홀로 자라는 한 송이 난초는 자신이 향내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향기는 사방에 퍼져 만물을 두루 적시며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는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함이다. 물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물질적 기반은 좀 더 높은 가치의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야지 그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할 수 있는 인간, 이런 인간을 다듬어 내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까? 이제는 지식의 축적 뿐만 아니라 덕성도 함께 쌓는 공부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성범.정동서당 훈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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