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과소비 되살아난다

올 3분기에 도시근로자 가구의 씀씀이가 소득보다 급속도로 늘었다는 통계는 IMF구제금융을 받고있는 우리의 처지를 벌써 잊어버린 것같은 느낌을 준다. 통계청의 발표로는 가구당 한 달 평균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늘어난데 비해 소비지출은 17.9%나 늘어나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2배나 앞질렀다는 것이다. 특히 올 3분기의 소비증가율은 92년 2분기의 18%이후 가장 높았고 소득수준이 경제위기 이후 올 1분기까지 계속 줄어들다 2분기부터 가까스로 증가세로 돌아서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근검.절약 태도가 해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소비급증 추세에도 통계청은 소비지출이 97년 3분기의 91%수준이기 때문에 소비증가율이 높긴해도 아직 과소비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나 혹독한 경제위기속에 시달려온 경험으로는 안이한 자세로 대처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소비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면 자가용구입비가 전년동기대비 117.5%나 증가했고 장신구소비가 66.1%,교통통신비가 33.2%,외식비가 27.8%,피복신발비 21.3%,교양오락비 21.2%순으로 늘어나 부유층을 중심으로한 소비증가가 급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현상은 IMF이전에 부유층의 과소비가 중하류계층의 소비까지 부추겨 우리사회 전체를 과소비열풍으로 몰아넣었던 과거를 연상시킨다.

물론 소비억제가 경제회복에 반드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소비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무조건 소비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은 아니다. IMF전 소비수준에 미달한다는 점에선 아직 과소비수준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전의 수준을 표준으로 한다면 이미 과소비상태에 들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97년3분기의 소비수준을 기준으로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란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더욱이 가계소득이 늘고있다고하지만 소비증가로 인해 가계저축이 급속도로 낮아지면 결국 투자위축을 가져오고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국가채무가 엄청나게 늘어난데다 재정적자폭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계지출의 과속이 방치되면 국민경제의 주름살을 펴기도 어려운 것이다. 소비가 늘어난다고해서 아직 절약의 고삐를 풀어버릴 단계가 아닌 것이다. 소비주체가 먼저 각성해야하고 정부도 건전한 소비를 권장해야할 것이다. 무턱대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제돈 제쓰는 게 뭐가 죄될 것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부유층은 과소비.사치에대해 각별히 자제하고 조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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