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신체조각

얼마전 일본 도야마(富山)에서 국제무용/동작치료학회가 열렸다. 필자도 그곳 학회에 초청돼 '움직임을 통한 대인관계 심리치료'워크숍과 심포지엄을 가졌다. 워크숍의 과정은 2명씩 혹은 그룹을 지은 뒤 움직임을 통해 나타나는 정서적인 느낌과 동작을 세밀히 관찰하고 그 감정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과정 중에는 눈을 감은 상대방을 이동시켜 상대의 신체로 창의적인 조각작품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40여명의 일본인 참석자들(정신과의사,심리치료사, 무용치료사)은 모두가 상대방을 이동시켜 바닥에 눕히거나 엎드리게 하거나 혹은 옆으로 눕혀서 다른 사람과 몸을 붙이게끔 하고 있었다. 단 한사람도 앉거나 서있는 신체조각품은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업을 한국인에게 적용했을 때는 서 있거나 서서 벽에 몸을 붙이게 하는 경우가 많고 한두사람 정도가 눕거나 앉힌다는 점이다.

흔히 우리는 인간을 말할 때, 그를 문화적 경험의 총체로서 말한다. 때문에 어떤 이의 정신행동을 알기 위해서는 문화환경적 요인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워크숍의 마지막 나눔시간에 그들에게 왜 바닥에 눕히거나 엎드리게 하는가고 질문했을 때 한 사람이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내 생각으로는 그들의 이런 행동양식은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룹 안에 속하지 않았을 때의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았다. 특히 상대의 눈을 정면에서 보지않는 특성(무용치료시간에도 치료자가 환자의 옆에 있거나 뒤에 있다)과 마주보기 보다는 등을 대는 것을 편안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보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 것일거라고 생각했다.

극도의 절제를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결혼식조차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조용히 진행하여 나같은 외국인들에겐 이상하고 낯선 풍경으로 비쳐진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는 순간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오히려 호흡도 편안해지고 자연스러운 미소도 나오는 나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인가 보다. 유분순.한국무용치료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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