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공허한 5분 자유발언

지방의회 본회의장에서 행해지는 5분 자유발언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있다. 발언만 있고 답변은 없어 발언자나 집행부 모두 무책임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의 무의미성은 20일 열린 경북도의회 정기회 첫날 본회의에서 두드러졌다.

이태조(포항) 채희영(문경) 장대진(안동) 의원 등은 이날 형산강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포항과 경주간 갈등 해소책, 6·25를 전후한 도내 양민학살사건 진상규명특위의 조속한 구성 촉구,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부지 매입의 부당성과 행사의 즉각 중지 촉구 등으로 각각 5분 발언에 나섰다.

이날 이의원의 발언 내용은 형산강을 두고 포항과 경주의 갈등이 심각하게 일고 있는'현재의 상황'이고, 장의원은 경북도와 경주가 반반씩 부담해 매입키로 한 경주엑스포 행사장을 두고 경주시의회에서 제동을 걸어 예산안 심의가 보류되는 등 계획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현안들이었다.

집행부가 소명의 필요성을 느꼈음은 당연한 일. 그러나 지난 4월 채택된 5분 발언은 회의 규칙에 '5분 자유발언은 발언자의 의견 표명이나 보고 또는 발표에 한하고 별도 의견을 묻거나 답변을 요구하는 질의는 할 수 없다'고 규정, 집행부가 아예 답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박명재 경북도 행정부지사가 급기야 기자실로 허겁지겁 올라 왔다. 엑스포 행사장 부지매입을 둘러싼 경북도와 경주시 간의 매입비 차이는 행정상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한 뒤 정부 예산안에 엑스포 행사와 관련 100억원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보도협조를 요청하기까지 이르렀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기된 것인데다 도민 모두가 알아야 할 사안이 비공식적으로 답변되어진 셈이다.

물론 도의회에도 답변까지 이뤄져야 하는 도정 질문제가 있다. 그러나 도정 질문은 그때 그때 제기되는 현안에 신속하게 접근하기엔 한계가 있고 그런 점에서 5분 발언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5분 자유발언과 별도로 국회처럼 긴급현안질의제를 도입하든지 아니면 5분 발언에 대해서도 집행부의 답변이 필요한 대목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있도록 회의규칙을 고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의회와 집행부 모두에서 높아지고 있다.

배 홍 락

정치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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