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서경원사건 재수사

검찰의 서경원 밀입북사건 부분 재수사가 당시 수사검사들을 본격 소환하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공안1부(정병욱부장검사)는 지난 89년 서전 의원 사건의 주임검사와 수사검사였던 이상형(李相亨) 경주지청장과 안종택(安鍾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장을 22일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당시 수사팀을 주초부터 차례로 소환, 조사키로 했다.

이를위해 휴일인 21일에도 수사팀 전원이 출근, 당시 수사기록과 그간의 조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신문 항목을 정리하는 등 '선배검사' 소환에 대비했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2천달러 환전표 등 일부 증거물을 고의 누락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당시 검찰총장이던 한나라당 김기춘(金淇春) 의원도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서씨가 귀국당일 환전한 2천달러를 북한에서 받은 5만달러 중 일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당시 수사검사들과 검찰 안팎의 반론에 대해서도 반박할 수 있는 정황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 서씨가 출국전 갖고있던 여행경비가 3천달러 정도에 불과했는데 당시 수사팀이 5천달러로 부풀린뒤 서씨측이 귀국 당일 환전한 2천달러를 이 돈 중 일부로 꾸며 서씨측의 진술과 환전표 등을 배척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중이다.

검찰은 서씨가 당시 3천달러를 갖고 출국했다가 일본에서 경비가 바닥나 북에서 받은 5만달러 중 700달러를 쓰고 나머지 4만9천300달러를 갖고 귀국했다는 당시 수사기록을 확보한데 이어 서씨측에 2천달러를 환전해준 안양정(安亮政) 조흥은행 지점장이 서씨가 김 대통령에게 1만달러를 전달했다고 자백한 89년 7월28일 이후인 8월8일 검찰에 환전표를 제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지청장 등을 상대로 안씨가 제출한 환전표 등 일부 물증과 서씨측 일부 진술을 배척,누락한 경위를 밝히는데 수사초점을 맞춰 이 지청장 등에 이어 전창영(全昌鍈) 강릉지청장 등 나머지 수사검사들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어서'현직검사 줄줄이 소환'이라는 검찰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수사검사 소환이 '이미 기소된 사건을 놓고 검사가 검사를 조사한다'는 모양새를 띠면서 검찰조직이 일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수사 관계자들은 한편으로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임승관(林承寬) 서울지검 1차장 검사는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수사검사 소환관련 협조 요청서'를 내놓으면서 '수사검사들을 비공개리에 소환, 조사한뒤 필요한 범위내에서 조사내용을 공개하겠다'며 당초의 공개소환 방침을 철회했다.

임 차장은 이날도 '해당 검사들의 업무수행과 일선 검사들의 사기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취재진의 접촉취재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전국 차장검사회의를 전후로 일선 검사장들에게 검사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도록 당부한 것도 검찰조직의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검찰이 당시 공안1부장, 1차장, 서울지검장으로 지휘계통에 있었던 안강민(安剛民), 김기수(金起秀) 변호사와 김경회(金慶會) 형사정책연구원장의 소환에 대해 아직도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검찰의 이같은 곤혹스러운 입장 때문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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