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가 벌써 2년이 됐다. 그런데 현재 여러 객관적인 경제지표나 국민정서는 외환위기 이전의 상태를 거의 회복했다고들 한다. 언뜻 보면 사회 전체가 예전의 원기를 되찾은 듯 하다. 하지만 아직도 어두운 그늘들이 적잖이 남아 있고, 그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 하나가 아마 빈민층의 증가다. 가계지출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빈민이 1천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돈이 넘쳐흐르고 있지만, 한편에선 빈민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소위 '20대 80의 사회'로 진행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소득 불균형이 구조화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빈곤이 구조화될 경우,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도 빈곤의 거대한 장벽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절망하고 말 것이다. 그것은 날개를 상실한 추락이다.
다음으로 지난 2년간 많은 사람들을 몰락의 구릉으로 몰아넣었던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칼바람을 들 수 있다. 그것은 효율성과 능력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느닷없이 다수의 직장인들을 일터에서 퇴출시킴으로써 그들의 삶의 터전을 흔들어 놓았다. IMF체제가 시작된 당시는 '공동체 의식'을 유난히 강조하던 우리 사회가 2년의 기간을 지내면서 이제는 무한경쟁과 시장경제논리를 앞세워 개인의 능력과 실적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능률과 실질 숭상이 국가나 개인의 생존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황폐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두터운 중산층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말해주는 지표다. '20대 80'에서 80으로 추락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날아오를 희망의 날개를 잃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사회통합과 공동체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금은 그 구체적 방안을 강구할 때다.
신재기.문학평론가.경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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