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선대비' 포석 與 진용 새틀짜기

지난해 2월 정권출범과 함께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을 중심으로 구축된 청와대 비서실이 1년 9개월만에 전면 개편된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은 22일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그동안 25일 신당준비위 발족식 때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18일 이후 또 신당이 창당되는 내년 1월 쯤 등 여러 시기를 놓고 검토했으나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은 신당준비위 발족식을 즈음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소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내 출마예상 고위인사는 김실장을 비롯 김한길 정책기획.김정길 정무.이기호 경제.조규향 교육문화.황원탁 외교안보수석 등 거의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김대통령은 최근 언론문건 사건, 옷 로비 의혹사건, 서경원 전의원 밀입북사건 재수사 등을 둘러싸고 위기관리 대처에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청와대 비서실을 총선출마 대비를 명분으로 개편키로 최종 결심을 한 것이다.

이미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가 "대통령 참모들의 보좌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동교동 핵심 쪽에서도 '여권의 조기 전열정비 필요'를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등 여권내에서도 공감대가 확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21일 김실장과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22일 오전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기도 했다.

다만 박대변인은 이번 비서실 개편이 자칫 일련의 사태에 대한 문책성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표정이다. 그는 비서실 개편 배경과 관련해서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당 쪽 전진배치 성격과 함께 총선 출마예정자들의 총선준비 필요성 차원으로 해명했다. 그는 "대통령의 관심은 국가경쟁력 강화"라고 전제, "신당에 참여하는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국정철학을 피부로 느낀 분들이기 때문에 개혁의 추진체로서 신당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밀리는 인사를 하지 않는 김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감안하면 이번 개편은 이례적인 편이다. 개편 이면에는 김실장이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총선 출마 비서진들의 개편을 건의한데 따른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옷 로비사건의 악몽이 되살아 나고 문건파동, 서경원 밀입북 사건의 재수사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 등으로 민심이 다시 이반될 상황에 처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도 분석된다.

사실 주말을 기점으로 비서실 개편 기류가 급속히 부상했지만 연말설도 만만찮았던 게 사실이다. 특검수사와 국회일정이 아직 남아있는 데다 김대통령이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영남카드인 김실장에 대한 문책이라는 오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총재의 비서실 개편 주장 뒤에는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지역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김실장을 견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시각까지 나왔다.

청와대 내에서는 김실장이 물러나고 신당에 합류하더라도 이에 걸맞은 비중있는 자리가 주어질 것이란 소문도 있다.

한편 김실장의 신당합류는 총선출마를 뜻하는 것으로 김실장도 조만간 대구나 경북지역 중에서 출마 지역구를 최종 선택해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대구.경북지역내 국민회의의 간판급 인사로 나서게 됨에 따라 자민련 박태준총재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쳐야 할 입장이다. 김실장이 신당에 본격 참여키로 함에 따라 대구.경북지역의 공천 영향력의 확대여부도 주목거리다. 대구.경북지역에 있어 신당의 관심도 점차 고조될 전망이다.

또 이번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김대통령의 여권 새틀짜기 일환이라는 점에서 당과 내각에 대한 후속조치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당과 내각 개편이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청와대 주변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과 내각을 전면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준영 대변인도 "내각 개편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한 청와대 관계자도 "정기국회가 끝난 이후에나 당과 내각에 대한 후속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비서실 개편인사는 우선 신당 창당 준비에 필요한 사람에 한해 1차적으로 실시되는 것이며 총선에 출마하게 될 수석비서관중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에 이어 추가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쳤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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