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활에세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어릴 적 맨 처음 읽은 책이 '엄마 찾아 삼만리' '클레멘타인'이란 만화였던 걸로 기억된다. 책장이 젖도록 울면서 읽었다. 책이 귀했던 시절이어서 나는 늘 책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있었고 거기에는 책이 많았다.

'좁은 문'을 읽었을 때 내게도 사랑의 대상이 생겼다. 'J'라는 가상의 존재를 설정해서 매일 편지 형식의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춘기 소녀다운 치기였던 셈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백경'을 읽었다.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요즈음 학생들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성장을 하였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이 세상에 책이 있다는 것은, 더구나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다 못 읽을 만큼의 책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로 좋다. 책이 좋아서 나는 책을 모았다. 부족한 용돈을 모아서 책을 사겠다고 남산동 헌 책방들을 기웃거리던 학창시절, 그 즐거움은 다른 어떤 것도 대신할 수 없었다. 요즈음은 기증본이 많아서 공짜로 책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꼭 읽고 싶은 것 정도는 살 형편도 되어서 책이 참 많아졌다. 가지런히 꽂아 놓은 책들이 만든 띠는 참으로 곱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역사, 사상, 정서, 무엇보다 인간의 고귀함이 스며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 문학 작가대회'에서 '책은 영원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말이 나올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디지털이 모든 것을 다 입력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심각한 주제에 가볍게 던지는 소설가 김주영 씨의 말이 재미있고 또한 위안이 되었다. 아들 내외에게 안방을 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드라마를 보고 있던 아내가 돌아보지도 않고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는 안돼요"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디지털이 범람해도 버티면 된다고 하였다. 개석에 앉아서 나는 속으로 뇌었다. '책은 영원하다. 책을 읽으면서 버티고 있으면 책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죽는 날까지 책 읽는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나의 두 눈과 정신이 그 소망을 저버리지 않기를.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대구·광주 지역에서는 군 공항 이전 사업을 국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광주 군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의 4지구 재건축 시공사가 동신건설로 확정되면서 9년여 만에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17일 대의원회를 통해 ...
방송인 박나래의 전 남자친구 A씨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경찰에 제출한 혐의로 고발되었으며,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경...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